임상시험 데이터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작은(mid) 임상 2~3개를 진행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톱라인(topline) 데이터를 이번 주 공개할 예정이었다. 톱라인은 전체 임상 환자에 대한 결과는 아니지만 임상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할 수 있는 주요 데이터로, 이번 발표는 업계의 큰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는 23일 엔젠시스 임상3상에서 일부 환자가 위약(가짜약)과 엔젠시스를 혼용했을 가능성이 발견됐다며 톱라인 데이터 연기를 공시했다. 위약군과 신약후보물질 투여군이 섞이는 임상오염이 발생한 것이다.
PK 데이터는 약 복용‧주사 후 약물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퍼져나가는가를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엔젠시스는 처음 투약한 뒤 4일 뒤 다시 주사를 맞고 90일째와 104일째, 총 4번의 주사를 맞게 된다. 이후 2시간 내 혈액을 조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헬릭스미스는 자체분석을 통해 약물을 혼용한 플라시보군 환자가 30여명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임상은 유효성 검증에는 사실 실패한 것”이라며 “다만 이 같은 오류 가능성을 배제했을 경우에는 유의미한 유효성 차이를 보였다. 환자를 제대로 선별한 결과, 3‧6‧9개월 검사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헬릭스미스는 이번 실패를 바탕으로 임상 당 150~200명 수준의 작은 임상을 2~3개 진행한다. 2022년 하반기에는 BLA(미국 생물의약품허가신청)를 신청할 계획이며, 미 식품의약국(FDA) 미팅도 신속히 진행한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환자의 통증일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환자 선정‧제외기준도 재설정하는 것을 고려해 최고의 데이터 퀄리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장기적으로 재생효과를 증명하는 임상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헬릭스미스는 이번 임상과 관련한 소송 가능성도 암시했다. 임상대행기관(CRO) 등에 책임소재를 묻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모든 단계에서는 혼돈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혼용 가능성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라 일부 데이터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관련해 현재 법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헬릭스미스 임상 결과 도출 실패로 바이오업계는 또 한 번 신뢰도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 사태와 신라젠 간암치료제 ‘펙사벡’이 허가취소‧임상실패로 이어지면서 헬릭스미스에 희망을 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헬릭스미스 발표로 업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 같은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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