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기자와 만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LG전자가 삼성전자의 8K TV 화질을 두고 연일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 부회장은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선의의 경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모적인 공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현재 삼성전자의 대외협력을 총괄하고 있는 윤 부회장은 과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CE(소비자 가전)부문장을 역임했다. 삼성전자의 TV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TV도 '윤부근 체제'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LG전자는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 'IFA 2019'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QLED TV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자사의 '나노셀 8K' TV의 화질 선명도(CM·Contrast Modulation)가 90%인 것과 달리 삼성전자 TV는 12%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정한 기준치 50%를 크게 하회한다는 지적이다. LG전자는 지난 17일 국내에서도 기술 설명회를 열고 추가 공세에 나선 데 이어 19일에는 허위과장 광고를 명목으로 삼성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윤 부회장은 "특정 척도를 두고 숫자가 얼마라고 강조하는 식의 싸움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며 "LG전자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국가 간 경쟁이 심해진 상황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 둔화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55.6% 감소했다. 다만 3분기 들어 반도체 업황의 회복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위안이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윤 부회장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경영 환경이라는 것은 계속 좋거나 나쁠 수는 없다. 상황에 맞춰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1분기에 가봐야 성패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널로 주목받는 양자점 유기발광다이오드(QD OLED) 양산을 위해 충남 아산시 탕정 공장에 13조원을 투자하는 것과 관련해선 "두고 보자"며 말을 아꼈다.
어느 때보다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지금은 개인이나 기업의 차원을 넘어 국가 대 국가의 경쟁으로 바뀌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대항할 일이 있다면 정부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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