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식품기업 아워홈(옛 LG유통)의 총수 일가 간 불화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표면적으로는 외식 계열사와 모기업의 식자재 공급 계약에 대한 이견 다툼이지만, 두 회사의 대표가 피를 나눈 남매라는 게 핵심이다.
재계는 경영권 승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생 구지은(52) 캘리스코 대표가 오빠인 구본성(62) 아워홈 부회장에 ‘반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 브랜드 ‘사보텐’, ‘타코벨’ 등을 운영하는 캘리스코는 2009년 아워홈에서 물적분할했다. 이 회사는 “아워홈과 2011년부터 상품공급 계약을 맺고 묵시적으로 갱신해왔는데, 아워홈이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능력 인정받았지만, 경영권 ‘아들’ 우선
구자학(89) 아워홈 회장 슬하 1남3녀 가운데 장남은 구본성 부회장, 구지은 대표는 막내딸이다.
구지은 대표는 2004년 아워홈에 상무로 입사해 외식 사업을 주도적으로 키웠다. 현재 아워홈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하는 컨세션(철도·고속도로 휴게소 내 식음료 매장) 브랜드 ‘푸드엠파이어’도 그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구지은 대표 입사 당시 연 매출 5000억원대에 불과했던 아워홈은 2009년 5년여 만에 단체급식 업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넘겼다.
그는 2015년 2월 구매식자재본부장인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5개월 만에 보직 해임됐다. 당시 구지은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부는 인정, 내부는 모략. 변화의 거부는 회사를 망가뜨리고 썩게 만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구지은 대표가 원로 경영진과 불화를 일으키면서 구자학 회장이 막내 딸을 내쳤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었지만,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을 대표 자리에 앉히는 수순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구지은 대표는 2016년 1월 구매식자재본부장으로 복귀했지만, 결국 2개월 뒤인 2016년 3월 아워홈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같은 해 6월 구본성 부회장은 아워홈 대표이사에 올랐다.
관계사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긴 구지은 대표는 2016년 8월 다시 아워홈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렸다.
◆아워홈, 왕좌의 게임 끝나지 않았다
첫 번째 ‘구지은의 난’은 구본성 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다.
구지은 대표는 2017년 3월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워홈의 임시주총을 요청하는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했다. 임시주총의 안건은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이었다.
비상장사인 아워홈 최대 주주는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부회장이다. 회사 지분 38.56%를 보유하고 있다.
세 자매인 구미현(19.28%)·구명진(19.6%)·구지은(20.67%)의 보유량은 총 59.55%로 전체 지분의 반을 넘어선다. 개별로는 구본성 부회장에 한참 못 미치지만, 셋을 더하면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2017년 5월 구지은 대표의 요청대로 임시주총이 열렸다. 구지은 대표가 두 언니의 우호지분을 얻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결과는 안건 부결, 구본성 부회장에 대한 재신임으로 끝났다. 장자가 승계해야 한다는 범 LG가(家) 원칙을 지키는 구자학 회장의 뜻에 따라 장녀 미현씨가 구본성 부회장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에는 구본성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세 자매가 합심하면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
오는 10월12일 캘리스코의 가처분 신청결과가 나온 이후의 상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