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장애인배움터 '한울야학' 급식비 전용, 알고보니 '그것도 학생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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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 기자
입력 2019-09-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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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에 위치한 장애인 배움터 한울야학이 예산을 용도 외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사용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장애 학생들 급식비와 강의료를 전용했다는 것이 논란의 요지인데, 야학 측이 무엇 때문에 그 같은 선택을 한 것인지, 또는 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예컨대, 사회 고위층들이 전용하거나 횡령한 금액으로 비교하면 사실상 한울야학의 사태는 사익을 챙기기 위한 횡령도 아니고, 그렇다고 계획적인 범죄로 빼돌린 것도 아니다. 야학 운영의 연장선인 전용이었다는 것.

액수 역시 총액은 500만원 선이지만 세부적으로는 각각 몇 십 만원 선이다. 그렇다고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용도외 사용도 원칙이 기만된 것이기에 면죄부가 주어져선 안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장애 학생들을 볼모로 계획적으로 비양심적인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야학 운영은 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급식비에 쓸 목적 예산을 교통비로 사용한 것이다. 급식의 경우 후원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여러 방면이다 보니 급식을 후원으로 대처한 것으로 읽혀진다. 학생들 교통비를 급식비에서 사용했고, 33만원이 학생 11명의 15일분 교통비로 지급됐다. 야학 측은 전용된 액수 외 잔액은 모두 통장에 남아있고 내역 모두 증빙 가능하다 말하고 있다.

야학에 등록된 학생 수 30명 중 9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이 학생들에게는 한 달에 사용되는 교통비 부담이 커, 야학 참여를 포기할 정도의 금액으로, 교통비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었지만,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급식비를 교통비 등으로 사용한 점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사과했다.

야학 운영위원회 위원 9명 중 4명이 정의당 당원이라는 점과 운영위원장 역시 정의당 대전시당 위원장이라는 점도 부각됐다.

요컨대, 한울야학 뿐 만이 아니라 다수의 공동체는 사무국이 실무를 전담해 운영된다. 김윤기 대전시당 위원장은 "용도외 사용은 잘못된 것이지만, 야학 운영의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당하게 취한 이득은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겠다며 논란 직후 운영위원이 전원 사퇴했고, 대표도 사퇴했다. 야학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에 있다.

사퇴서 제출 이전에 운영위원회는 △사건 내용을 숨김없이 공개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밝힌 사과문을 작성 △회계사, 변호사, 장애인단체 대표 등 외부 전문가 참여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전반을 감사하고 결과 공개 △대표는 사퇴 처리하되 향후 조사에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외부 전문가 3인이 포함된 진상조사위원회는 내달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디어오늘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울야학은 월 후원금이 100여만 원이고 각종 후원행사나 단기 사업지원금 등을 통해 한 해 2000만 원 선의 수입을 유지하고 있다. 급식도 야학에 오래 머물고 싶은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하면서 2015년부터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급식을 시작했지만 경제적 부담이 커지자 2017년 푸드뱅크를 통해 급식 체제를 갖췄다.

예산의 전용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이지만 사익을 위한 전용이 아닌 장애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위협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야학을 다닐 수 있게 끔 교통비에 사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야학에 참여하는 장애인과 관심을 갖어준 시민들에게 사과한 야학. 예산 전용은 집행부의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퇴하는 순간까지도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피해가 가질 않도록 따듯한 격려와 위로를 부탁한다는 관계자들의 메세지가 기자의 귓가에 맴돈다. /사회부 김기완 기자 bbkim99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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