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들여온 코스닥벤처펀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제약·바이오업종의 잇단 이슈로 코스닥 지수가 하락하면서 설정액과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전날 기준 4997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1961억원이나 빠져나가면서 설정액은 50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펀드를 처음 내놓은 2018년 4월부터 보면 더 심각하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순자산 상품을 출시하자마자 2조원을 넘어섰지만, 이제는 순자산 4245억원으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익률도 저조하다. 연초 이후 전날까지 -2.36%를 기록했다. 특히 1년 사이 테마펀드 43개 중 헬스케어(-25.01%)와 ETF(-14.39%) 다음으로 수익률은 -13.0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8% 넘게 빠졌다. 앞서 출시 첫해 코스닥벤처펀드의 6개월간 평균수익률은 10% 손실을 넘나들었다.
몸집이 가장 큰 KTB코스닥벤처1호 펀드는 설정 이후 적자를 보고 있다. 12개 공모 펀드 중 설정 후 성과가 가장 부진한 상품은 KB자산운용 코벤펀드다. 부진한 수익률에 이어 전환사채(CB) 투자 집중으로 인한 후유증까지 겹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나 CB에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간에 CB 수요가 몰리면서 코스닥 기업들의 CB 발행은 2017년 3조3734억원(394건)에서 지난해 5조3398억원(504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지난달 23일 기준 3조7573억원(248건)을 찍어내면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벤처펀드가 투자 의무 조건을 채우기 위해 코스닥·벤처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대거 사들였는데, 경쟁 과열로 제로 금리 채권이 발행되는 등 가격 왜곡이 생겼다"고 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우선 배정,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코스닥·벤처 기업에 자산의 50% 이상을 넣도록 한 펀드다. 내년 안에만 가입하면 10%까지 소득공제(한도 300만원) 혜택을 준다.
최주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벤처펀드는 IPO 우선배정과 소득공제로 빠르게 설정액이 증가했지만, 시장 부진과 바이오업종의 침체와 맞물리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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