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건국 70주년]習 절대 권위 확인했지만…안팎 난제 산적, 집권 2기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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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10-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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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쩌민·후진타오 양옆에, 리더십 의혹 불식

  • 毛 이후 첫 두 차례 열병식 개최 권력 과시

  • 미중 갈등 대응·홍콩사태 진화 선택의 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건국 70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신중국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1일 오전 9시 58분께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마련된 의장용 단상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가 입장했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각각 시 주석의 왼편과 오른편에 섰다.

93세의 장 전 주석은 병색이 완연했다.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단상까지 이동했다. 77세의 후 전 주석은 백발인 채였다. 중국 지도자들이 젊음을 드러내기 위해 검은 머리로 염색하는 관례와 거리가 멀었다.

두 전직 지도자는 시 주석의 연설과 열병식 사열을 초점 없는 눈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이날 70주년 국경절(건국 기념일) 행사 내내 특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10년 전 건국 60주년 열병식 당시 장 전 주석이 후 주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열을 받아 톈안먼 성루에 긴장감이 맴돌았던 때와는천양지차다.

이번 국경절 행사와 열병식을 통해 시 주석은 일각에서 제기해 온 리더십 약화 의혹을 불식하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은둔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던 두 전직 지도자를 불러내 곁에 세우면서 자신이 중국 공산당 내에서 절대적 권위를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부터 시작된 일주일간의 국경절 연휴가 끝나면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 사태라는 최대 난제와 다시 마주해야 한다.

당장 다음주로 예정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내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미·중 관계의 향방을 좌우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넉 달째로 접어든 홍콩 시위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도 결정할 시점이 됐다. 외부 비판을 의식해 강제 진압을 미뤄 왔지만 홍콩 시위대는 국경절 당일에도 시위를 벌이며 중국 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 사안에 대해 어떤 식의 선택을 하든 시진핑 집권 2기(2018~2022년)의 남은 기간 동안 험로를 걸어야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신중국 수립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최신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41. [사진=신화통신]


◆마오쩌둥 이후 첫 복수 열병식 개최

시 주석은 이날 톈안먼 성루에서 한 국경절 기념 연설에서 "지난 70년간 한마음 한뜻으로 힘겨운 분투를 한 결과 세계가 괄목상대할 위대한 성취를 이뤄냈다"며 "어떤 힘도 중화민족의 진보를 막을 수 없다"고 기세를 올렸다.

그가 연설 말미에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 만세, 위대한 중국 공산당 만세, 위대한 중국 인민 만세"를 외치자 현장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연설을 마치고 톈안먼 성루에서 내려온 시 주석은 인근 창안제(長安街)에 도열한 부대를 사열한 뒤 다시 단상으로 복귀해 59개 제대, 1만5000여명의 병력이 성루 앞을 행진하는 분열식을 지켜봤다.

3군 연합 의장대를 필두로 육·해·공·로켓군, 전략지원부대, 병참부대인 연합후근보장부대, 무장경찰, 여군, 평화유지군 등이 순차적으로 행진하며 시 주석을 향해 경례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41' 등 최신예 무기가 첫선을 보였다.

이번 열병식은 중국 건국 이후 16번째로 열렸다. 1949년 첫 열병식을 시작으로 마오쩌둥 집권기인 1959년까지 매년 국경절에 열병식이 진행되다가 1960년 경제난 등을 이유로 한동안 중단됐다.

1984년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건국 35주년을 맞아 국경절 열병식을 재개했으며 이후 1999년 50주년, 2009년 60주년 열병식이 열렸다.

장 전 주석과 후 전 주석은 물론 덩샤오핑도 집권 기간 중 열병식 사열이 한 차례에 불과했지만, 시 주석은 지난 2015년 70주년 전승절(항일전쟁 승리 기념일) 열병식에 이어 이번까지 두 차례 사열하는 기록을 남겼다.

마오쩌둥 이후 첫 사례로, 시 주석의 공고한 권력 기반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미 전략·홍콩 해법 등 난제 산적

시진핑 1인 체제를 과시하는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그 앞에 놓인 대내외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일단 류허(劉鶴) 부총리를 필두로 한 대표단이 다음주 워싱턴에서 벌일 고위급 무역협상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등의 수입을 재개하는 등 분위기가 호전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금융 제재를 준비하며 여전히 압박 중이다.

이번 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추가 관세 부과가 재개되면서 미·중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 제조업 침체와 내수 위축, 고용 불안 등에 시달리는 중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에 맞선 북·중 및 중·러 밀월 강화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시 주석이 어떤 외교적 해법을 구사할지 주목된다.

시 주석 등 중국 수뇌부 입장에서는 홍콩의 반중 시위도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세계의 압박이 거센 데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무력 진압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자칫 홍콩 민심이 더 악화할 수 있고, 내년 초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부담스럽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조국 통일과 일국양제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홍콩과 마카오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유지하고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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