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유예로 한 발짝 물러선 분양가 상한제 대책…"성난 민심, 재건축 급등 제어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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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9-10-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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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1일 기재부 등과 함께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 통해 상한제 6개월 유예

  • 지역도 '핀셋 선별'…완충 통해 시장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시그널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이 1일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 브리핑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충범 기자]

국토교통부가 1일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도입 유예 카드를 내놓은 것은, 지난달까지 지속된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강한 반발이 잇따랐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급등세도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게다가 국토부는 상한제를 이달 안에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견지해왔지만, 이낙연 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상한제 시행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먼저 이날 보완방안 발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지역주택조합이 일정 조건(철거 중 단지 등)을 충족할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뒤 6개월 안에 입주자 모집공고만 마치면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완충 카드'를 내놨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은 정비사업 중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 중 일정 기간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거 제시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이미 관리처분을 받아 분양을 앞두고 있는 단지들은 서둘러 일반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시기가 6개월 정도로 길지 않아, 건설사들 역시 대부분 선분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현재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받았지만 아직 입주자 모집 단계에 이르지 못한 단지는 61곳, 6만8000가구 정도"라며 "6개월 유예 기간이 주어지면 이들 단지 중 상당수는 분양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시행령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해 분양가 상한가 적용에서 제외되는 단지라 해도 고분양가 관리 기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들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자체 위험 관리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분양가 관리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정 방식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개정 시행령상 분양가 상한제 적용 가능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서울시 25개구 전역, 경기도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다.

이들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 지정 요건의 정량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곳들로, 지난주까지만 해도 전역에 걸쳐 상한제가 강행될 것으로 점쳐지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검토 지역을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최근 1년간 분양가격 상승률이 높은 곳,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 중 일반분양(정비사업과 일반사업) 예정 물량이 많은 곳, 분양가 관리 회피를 위한 후분양 단지가 확인되는 곳에 대해 선별적으로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 지정 문제를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 상황 흐름에 어느 정도 맡긴 셈이다. 무엇보다 종전까지 제기됐던 일괄적 광역 단위 제도 지정에 따른 공급 위축 우려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적은 경우라 해도, 해당 지역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에는 검토 지역에 포함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정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확대하고, 법인 LTV 규제롤 도입하는 등 대출규제를 보완하는 방안도 내놨다. 또 전세대출 공적보증을 제한하는 등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 투자도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달부터 연말까지 자금조달계획서, 실거래 자료 등을 토대로 편법증여·자금출처 의심사례, 허위 계약신고, 업·다운계약 등을 함께 점검한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실거래 불법행위, 이상거래로 인한 시장 교란 근절과 지속적인 조사를 위해 국토부 중심 '상시조사체계'를 단계별로 운영한다.

국토부는 이달 말까지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의 실제 적용 시기 및 세부 지역 선정에 대해서는 시행령 개정 완료 이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정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따른 시장의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향후 분양가 상한제 관련 입법은 마무리하더라도 시행은 투기과열지역 전역을 하는 것이 아닌 특정 동(洞) 단위로 지정하는 '핀셋 상한제'인 만큼, 일각에서 우려됐던 공급 부족 문제는 다소 완화될 전망"이라며 "특히 분양가 상한제 심사가 훨씬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있어, 고분양가 분양도 어느 정도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이번 정부 발표는 부동산 종합대책이라기 보다는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의 가격 안정을 위한 대출 및 청약시장 안정대책 등 정책 보완의 성격이 크다"며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분양가 상한제 효과가 서울 집값 하락으로 바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 정비사업의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제도 시행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제도를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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