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 도심 곳곳에서는 극심한 반(反)중국 시위가 벌어졌다. 먼저 이날 오전 8시에는 홍콩 완차이 컨벤션앞 솔든 보히니아 광장에서 시위대가 반중국 행진을 벌였다. 매년 국경절마다 이 곳에서 거행되는 오성홍기(중국 국기) 게양식을 방해하기 위한 행진이었다.
행진에 참여한 룽궉웅 전 대만 의회 의원은 “과거 1989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 희생자를 애도하고, 중국 공산당 독재의 종식을 바라는 마음에서 이곳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 시위를 시작으로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 공원, 마오룽 지역, 췬안과 야우마테이 등지에서도 애도 시위가 펼쳐졌다.
시위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 조던 지역에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 막사 인근에서는 시위대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캐리 람 행정장관의 초상화를 태웠다. 친중국 성향 기업의 점포를 공격하고, 길거리에 게양된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깃발과 현수막 등을 찢기도 했다.
완차이 지역에서는 국경절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검은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애드머럴티 지역의 고가도로에는 '하늘이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미국, 영국 등 74개 민주주의 국가의 국기와 유엔, 유럽연합(EU) 깃발 등을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찰의 진압도 덩달아 거세졌다. 웡타이신, 사틴, 췬안, 툰먼, 야우마테이 등 총 13곳에 이르는 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췬완에서는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던 한 시위 참여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SCMP는 “시위대가 경찰을 둘러싸고 공격하던 중 시위 참여자가 경찰의 옆에서 쇠막대기를 휘둘렀고, 이에 몸을 돌린 경찰은 들고 있던 권총으로 실탄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시위 참여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을 맞고 쓰러진 이는 중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18세에 불과해 시위대의 공분을 자아냈다. 그는 응급구호차량에 실려 인근 프린세스마가렛 병원으로 옮겨져 4시간에 걸쳐 가슴에 박힌 총알을 빼내는 수술을 받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태가 위중하다고 SCMP는 설명했다.
홍콩 의료 당국에 따르면 이날 시위로 인한 부상자는 51명에 달한다. 가장 나이가 어린 부상자는 11살, 최고령 부상자는 75살이다.
경찰은 “이날 25명의 경찰이 다쳤다”며 “실탄 발사는 시위대 공격에 대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시위를 둘러싼 우려와 중국 중앙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홍콩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중국 중앙정부는 늘 정부에 대한 이견을 무력으로 진압해 왔다”고 비난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폭력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있을 순 없지만, 실탄 사용은 부적절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의 마야 코치얀치치 대변인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집회의 권리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계속해서 유지돼야 한다"면서 "대화의 긴장 완화, 자제가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항상 평화적 시위와 공권력 행사의 자제를 촉구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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