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조기교육을 지적해 오던 미국 소아과학회는 2014년 이례적으로 ‘효과적인 조기교육법’을 발표한다. 학회가 꼽은 최고의 조기교육은 바로 책 읽어주기다.
뇌 발달에 중요한 시기인 36개월 이전 아이에게 어휘능력이나 의사소통능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소리를 내며 책을 읽어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책 읽어주기 조기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학회는 아예 아이가 태어난 시점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책 읽어주기는 아이가 크면서 현실적으로 점점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지만, 10살이 되기 전까지 계속 해 주는 게 좋다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모도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게 아이들의 책 읽기 습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 둘 다 시간이 가능하다면 책은 아빠가 읽어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2015년 책을 읽어주는 대상을 엄마와 아빠로 나눠 아이의 이해력‧어휘력‧인지발달 등 상관관계를 조사해 보니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엄마보다 모든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빠가 더 나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책을 읽어줄 때 엄마와 아빠가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의 차이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엄마는 책에 나온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 반면, 아빠는 과거 경험이나 실제 사례 등을 섞어 질문하기에 아이의 뇌가 더 많은 자극을 받는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줄 때 아빠의 중저음이 아이를 더 집중하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빠가 엄마보다 더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의 언어능력 발달에 더 도움을 준다고 한다. 엄마보다 아빠가 ‘성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높아 아이의 언어발달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아이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등의 교감을 시도하면 훨씬 신선하게 다가오고, 아빠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 더 집중한다는 의견도 있다.
책을 읽어줄 때를 포함해 아빠는 부모역할을 할 때 '양보다 질'을 따져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유아 발달을 위한 부모역할과 부모교육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아이의 언어‧사회정서적 능력은 아빠의 양육참여 빈도와 관련이 없고, 양육 행동‧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빠의 양육참여는 양적 확대보다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책 읽어주기에서 주의해야 할 건 TV나 스마트폰을 동시에 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24개월 이전의 아이에게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여주면 책 읽어주기 효과가 사라진다고 했다. TV나 스마트폰은 아이의 눈짓이나 표정, 행동 등에 대한 감정적 교감이 안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학력’과 ‘유전자’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하자면, 지난해 미국‧영국‧스위스 등 11개국 210여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학력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유전자 차이로 특정한 개인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지 예측하기는 어렵다’다. 연구팀은 학업 능력과 관련해 차이를 보이는 유전자 1271개를 찾았는데, 이를 통해 개인 학업 성취도의 3~4% 정도만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뇌과학자들은 뇌가 지속적인 자극이나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 연구결과를 설명하려 한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유전자가 원인이 아니라 주위 환경이나 개인의 노력의 차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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