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4%로 제시했으나 여러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달성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해 지난 7월 초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2.4~2.5%를 제시한 정부의 뒤늦은 해명이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역시 당시 경제 전망에 검토되지 않았다는 게 홍 부총리의 설명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대내외 경제분석 연구기관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수치는 이미 2%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낮췄다. 같은 달 아시아개발은행(ADB)도 당초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에서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1%로 내렸다. LG경제연구원도 2.3%에서 2.1% 수준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내다봤다.
올해 2.4% 성장률 목표 달성보다는 최종 2% 턱걸이로 마감할지 여부로 기대치가 낮아졌다.
글로벌 경제도 후퇴국면 속에서 여러 징후를 보여준다. 미·중 무역분쟁과 전반적인 경기 둔화세는 '경기후퇴(Recession)'를 뜻하는 'R의 공포'를 확산시켰다. 국가별 보호주의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교역 환경은 안갯속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현 경제상황을 경기 순환 과정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세계 경제와 국제 정치가 상호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시장 전반의 구조적인 틀이 와해하면서 반세계화의 역풍이 불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여파가 일본 경제와 같은 장기 구조적 불황을 뜻하는 ‘J(Japanification)의 공포'를 몰고 온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한국경제가 일본의 장기화한 경기 불황을 닮아가면서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구 문제도 걸림돌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지난해를 정점으로 올해 5만5000명 줄어들고 내년에는 23만2000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악재가 겹친 산업 여건 속에서 노동시장 역시 열악해진다는 의미다.
현대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인구가 줄고 생산성의 문제가 제기되면, 낮아진 성장세를 되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글로벌 시장 흐름의 영향을 받아 이미 경기 부진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향후 어떤 대안을 바통으로 건네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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