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3단논법 결론은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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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19-10-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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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교수 ]




지난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4강과의 복잡한 지정학 구조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우리 외교는 어떠한 전략을 짜야 하나? 해묵은 질문이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에 우리가 외교적으로 주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가 그렇다고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반도 분단의 현실과 지정학 구조, 그리고 동맹체제 간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대응전략 마련에 급급한 데 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고 남과 북이 각각 미국과 중국과 동맹 체제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국과의 외교를 균형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 외교가 당면한 도전과제와 난관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해결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지혜롭고 슬기로운 전략사고는 그럼 어디서 어떻게 마련될 수 있나? 해답은 우리 외교가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프레임 마련에 있다.

우리 외교의 기본 프레임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구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야 찾을 수 있다. 한반도가 분단 상태고 남북한이 모두 강대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3각 관계’의 프레임에서 외교는 진행된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한은 북중동맹관계를 기초로 외교를 개진할 수밖에 없는 내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국에 대한 남북한의 외교는 특정 대상국에 대해 전략을 개진하는 데 있어 동맹국 입장과 전략적 조율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3각 체제’의 프레임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프레임의 전제 하에 우리의 대북, 대미, 대중, 심지어 대일 외교도 진행된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 또한 중국 요소를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대미 외교를 개진하는 것은 국가적 부담이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이 있을 경우 북한이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를 급히 복원하고 최고지도자의 방중 사례에서도 입증되었다. 작년 6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의 외교적 지지뿐 아니라 전략적 자문을 구하기 위해 3월과 5월 중국을 연속 방문했다.

우리 역대 정부의 외교정책은 통일을 최종 목표로 한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기에 모든 외교정책은 대북관계 개선의 일환에서 추진되었다. 그런데 결과는 각 정부가 설정했던 목표치를 일궈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햇볕정책’부터 비핵화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 문제까지 실패로 돌아갔다. 남북관계마저도 우리의 독자적 외교 노력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무엇이 문제일까.

북한 외교에 대한 우리의 프레임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외교 역시 ‘3각 관계’의 체제 내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럼 북한 외교의 ‘3각 관계’는 무엇인가. 이는 북한을 중심으로 남북미와 북중미 관계를 의미한다. ‘3각 관계’에서 북한의 대미관계의 성격에 따라 대남관계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미중관계의 성격에 따라 북한의 대미 전략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70여 년 전 미국의 외교관 조지 케난(George Kennan)은 공산주의 국가의 대외정책은 ‘내부적으로 조장된 대외적 증오(internally driven hostilities toward outside world)’가 이들의 외교정책과 전략의 기조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증오감이 없이 독재정권의 권력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냉전시기 동안 미국의 공산국가정책과 전략의 기본 프레임이 되었다. 북한의 외교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의 최대 적이자 증오대상은 미국이다. 북한이 평화와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의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과의 대화, 협상과 관계 개선을 시종일관 주장하는 이유다. 또한 남북관계가 북한의 전략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이유이기도하다.

이런 논리로 우리는 남·북·미 관계 속에서 북한 대미관계의 성격에 따라 남북관계가 설정되는 근거를 유추할 수 있다. ‘3각 관계’의 논리를 삼단논법을 통해 규명할 수 있다. 즉, ‘나의 친구의 친구는 친구’이며 ‘나의 적의 친구는 적’이라는 논리를 통해 ‘3각 관계’의 규칙을 알 수 있다. 북한에게 미국이 친구일 때 한미동맹도 좋으면 한국은 친구가 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적인데 한미동맹에 갈등이 생겨 한국의 대미관계가 안 좋으면 한국마저 북한의 적으로 전락한다. 또한 미국이 북한의 적이나 한미동맹이 좋을 때 한국 역시 북한의 적으로 인식된다. 이를 다음과 같이 재정리할 수 있다.

“나의 친구(미국)의 적(한미갈등)은 적(한국)이고”
“나의 적(미국)의 친구(한미동맹)는 적(한국)이고”
“나의 친구(미국)의 친구(한미동맹)는 친구(한국)이다”

첫 두 개의 논리에 근거한 북한의 대남행동은 도발로 이어졌다. 그러나 세 번째의 경우 남북대화로 종종 이어졌다. ‘3각 관계’의 삼단논법을 통해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결국 북미관계가 우호적인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우호를 유지하는 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한미동맹보다 우선시해 한미 간에 갈등이 유발되면 우리는 북한에게 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럼 북·중·미 관계에서 북한의 행위는 어떠한가. 현재 미중관계가 무역 분쟁으로 갈등을 겪으면서 미중 간의 무역협상이 중국의 대북문제 협상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아직까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아 어느 나라의 관점에서 ‘3각 관계’를 설정해도 이들의 대북 입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난하다.

대신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대미 태도는 삼단논법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북한에게 미국은 적국이고 중국은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동맹국 중국의 대미관계의 속성에 따라 북한의 대미관계의 성질이 결정된다. 중국의 대미관계가 우호적이냐, 갈등상황이냐에 따라 북한의 미국에 대한 태도와 자세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를 다시 상기한 삼단논법으로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나의 친구(중국)의 적(미중갈등)은 적(미국)”
“나의 적(중국)의 친구(미중협력)는 적(미국)”
“나의 친구(중국)의 친구(미중협력)는 친구(미국)”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명제는 ‘미·중갈등’의 관계가 정치·안보상의 의미에 국한된다. 그래서 작금의 미·중무역갈등은 해당사안이 아니다. 왜냐면 북한에 있어 미중무역갈등은 북한의 안보이익과 전략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만문제로 미·중 양국이 안보상의 갈등을 겪었던 90년대 중반, 북·미 간의 제네바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이후 북중관계가 소원한 시기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시험으로 대북제재에 중국이 동참하고 미국과 협력 양상을 보이자 북한의 대미 태도는 강경 일변도를 견지했다. 그럼에도 북·미대화가 없진 않았지만 진전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북중관계의 복원 후 미·중의 대북제재와 압박에도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한 북한의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북·미대화도 진전을 보인 결과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중 관계보다는 북·관계가 북미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남북중관계는 그러나 다르다. 북중관계가 양호할 때 한중갈등은 한국을 북한의 적으로 만든다. 90년대 한중수교로 남북관계가 소원한 이유다. 북중관계가 우호적인 상황에서 한중협력관계가 강화되어도 북한은 한국을 친구로 여긴다. 이때 남북교류는 극도로 활성화된다. 북중관계가 소원해지고 한중협력이 강화될 때 북한은 한국을 적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사안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정치안보사안에 있어 남북관계는 갈등을 겪었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중국은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중관계가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는 우리에게 정치적 헛물만 켜게 한다.

상기한 ‘3각 관계’ 속에서 삼단논법 논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우리의 대북정책과 전략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명백하다.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이제 우리는 중국에 대한 협력 호소를 지양하는 대신 미국과 분업이 필요하다. 미국에게 중국을 전담하고 북중관계를 견인하는 임무를 맡기고 우리는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정책과 전략에 공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후 성명 발표하는 김명길 (스톡홀름 AP/교도=연합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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