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과세원칙 개편으로 디지털세 갈등 봉합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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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10-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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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ECD 개편안, 디지털경제 과세문제 해결하고 美-EU 갈등 해소도 노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과세원칙 개편으로 세계 각국은 자국 안에 사업체가 없어도 자국민에게 매출을 올리는 대형 다국적 기업들에 세금을 물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조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변화다. 

최근 수년 동안 IT 공룡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세'는 세계적인 쟁점으로 부각돼왔다. 기존 과세제도는 기업의 물리적 거점이 있는 국가가 세금을 징수하는 게 원칙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원칙에 숨은 허점을 이용해 세율이 낮은 국가로 본사를 옮긴 다음 다른 국가에서 사무실·직원을 두지 않은 채 현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면서 세금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의 도 넘은 조세회피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일면서, 국경을 넘어 사업을 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어디에서 얼마나 세금을 부과할지를 두고 뜨거운 논의가 이어져왔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디지털 공룡을 대상으로 세수를 늘리기 위한 탈세 조사를 벌였다. 자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내는 대형 다국적 기업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디지털세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프랑스는 지난 7월 전 세계에서 디지털 서비스로 연간 7억5000만 유로(약 9800억원), 프랑스 내에서 2500만 유로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IT 기업에 프랑스 내 매출의 3%에 해당하는 세금을 매기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IT 기업들이 주로 표적이 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관세보복을 위협했고, 갈등이 고조되자 양국은 OECD를 통한 다자합의가 나올 때까지 세금 부과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은 디지털 경제에서 과세 방식을 두고 점차 첨예해지는 국가 간 갈등 수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초 IT 기업에 부과하려던 이른바 ‘디지털세’ 과세안을 대폭 확대해 글로벌 기업 전반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 IT 공룡만 정조준한 것이 아니라 유럽이나 여타 국가에 기반을 둔 명품업체나 자동차 제조사 등 세계에서 연간 8억2500만 달러(약 98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대형 다국적 기업을 모두 과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단 제조업 공급업자나 자원 채굴 회사는 예외로 두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CED의 이번 제안이 미국 정부의 지지를 얻을 공산이 크다고 봤다.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미국은 "일방적인 디지털세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OECD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과세 문제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이번 개편으로 IT 기업과 대형 소비자 시장을 모두 가진 미국이나 중국엔 세수 측면에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프랑스, 신흥국 등 큰 소비자 시장을 가진 일부 국가들이 과세권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시장은 작지만 낮은 세율로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유치해 온 아일랜드와 스위스 등은 이번 개편의 피해국으로 분류했다.

다만 기업들은 새로운 세금 부담에 직면할 수 있고 국제적인 사업 환경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또 아직 정해지지 않은 세율 등 세부사항을 정하는 과정에서 국가들간 수싸움이 격렬해지면서 이견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적인 회계법인 KPMG 제스 에거트 국제 조세 전문가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어려운 질문들이 많이 남아있다"면서 "납세자에 명확성을 제공하도록 실질적인 의견일치를 보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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