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인 수필인지 아니면 현장을 취재한 기사인지 헷갈릴 정도의 이 글은 현직 환경단체 전임자로 근무하고 있는 인물이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을 둘러본 후 '시민기자' 형태로 모 매체에 발표한 글이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없었다면 경북 봉화 석포면에 생태친화적인 '물돌이 마을'(아마도 '감입곡류천'을 순한글로 표현한 단어를 빌려온 것일 게다)이 생겼을 것이라는 '추정'도 섞여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환경운동가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모든 마을과 도시는 그것을 생겨나게 한 사회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말이다. 영주 무섬마을, 예천 회룡포, 안동 하회마을은 모두 농업 중심지로서 역사가 이어져 왔던 지역이다. 수 백 년 간 비슷한 성씨를 가진 주민들이 어울려 살면서 자연을 하나의 경제 수단으로 삼아 왔던 곳이기도 하다.
환경운동가들은 "제련소가 없어져도 충분히 대안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어떤 먹거리와 일거리를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입장을 못 내놓고 있다.
혹자는 '생태 박물관'이나 '산업 박물관' 같은 것을 지어서 관광 수입으로 먹고 살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제조업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떨어지는 데서 나오는 이야기다.
필자가 부산경제연구소와 함께 실증연구를 해본 결과 환경단체가 원하는 대로 석포제련소가 조업정지되면 1차적으로 1조8000억원 가량의 생산유발효과 손실과 2400명 가량의 고용 유발효과 손실이 발생한다.
영풍이 국내 시장에서는 85% 가량의 아연 생산량을 담당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10%(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글로벌 가치사슬을 고려하면 그 여파는 더욱 커 질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없애라'는 주장은 더욱 잔인하다는 것을 환경단체는 모르는 것일까.
지난 10월 2일 경북 봉화군 읍내에서는 "영풍이 없어지면 석포가 없어지고, 석포가 없어지면 봉화군의 3만명 인구가 없어진다"는 700명 석포 주민들의 절절한 가두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지역과 상관 없는 환경단체가 왜 난리인가"라며 외부인들을 강하게 성토했다.
자연과의 생태친화적 관계 회복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생존권이 걸려 있는 석포 주민들과의 생태친화적 관계 회복도 정말 중요한 일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