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갈등을 일시 봉합하며 한숨 돌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해외 순방을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역대급으로 치러질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앞두고 반중 세력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내부 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14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0~13일 인도와 네팔 순방 일정을 마친 뒤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11일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6시간 비공개 회담을 포함해 이틀 연속 회동하며 양국 관계 개선에 주력했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껄끄러운 관계였던 인도에 손을 내민 모양새다. 시 주석과 모디 총리는 무역·투자 등 경제 이슈와 군사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도 순방을 끝낸 시 주석은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23년 만에 네팔을 방문했다. 비디아 데비 네팔 대통령, 프라사드 올리 총리와 연쇄 회담하며 네팔에 대한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시 주석의 해외 순방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부분적 합의가 이뤄진 시점에 이뤄졌다.
500억 달러어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15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하는 걸 저지했다.
일시적 봉합일 뿐 양측의 입장 차가 커 추가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시 주석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다.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와중에 4중전회가 열리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달 중 4중전회를 개최한다. 구체적인 시점은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은 통상 3중전회 때 경제 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4중전회에서는 당의 발전 방향을 확정한다.
하지만 지난해 국가직 인선과 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2중전회를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안 논의에 허비하느라 3중전회에서야 주요 인사가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이번 4중전회는 경제 비전과 공산당 운영 전략이 함께 논의되는 역대급 행사가 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이 소강 국면에 진입한 만큼 시진핑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또 다른 골칫거리인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해서도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네팔 총리와 회담하며 "누구라도 중국 어느 지역에서든 분열을 꾀한다면 몸이 가루가 되고 뼈가 부서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시위를 대중 공세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미국 등 서구 국가를 겨냥해서도 "중국의 분열을 지지하는 어떤 외부세력도 중국 인민들은 헛된 망상에 빠진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네팔로 망명한 티베트 독립주의자들에 대한 견제 목적도 있어 보인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무역협상의 부분적 합의로 시 주석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라며 "반중 세력을 억누르며 4중전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게 다음 과제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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