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명품 브랜드들이 빠르면 내년 1월부터 홍콩 사업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루이비통의 한 임원은 "홍콩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중국 본토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다른 2~3선 도시나 다름없게 될 것"이라며 홍콩 사업을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SCMP는 전했다.
샤넬은 홍콩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크루즈쇼를 취소했고, 프라다 역시 420평 규모의 코즈웨이베이 매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명품 브랜드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모회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홍콩 시위 영향이 본격화한 7~9월 홍콩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급감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LVMH의 전 세계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다른 시장이 홍콩 시장의 매출 부진을 상쇄해준 덕분이다. 하지만 LVMH보다 홍콩 의존도가 훨씬 큰 몽클레어와 티파니, 리치포트는 최근 분기 실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명품 컨설팅 전문가인 마리오 오텔리는 "홍콩의 명품 판매는 주로 관광객이 주도하고 있고, 특히 중국 본토 관광객이 70%를 차지한다. 특히 각 브랜드들이 홍콩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에 이런 혼란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텔리는 "많은 브랜드에서 홍콩 매출은 전체 매출의 5% 이상을 차지하지만 관광객이 급감하고 중국 본토인들이 오지 않는다면 현재 판매망은 지나치게 많은 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단기적으로 폐업하지 않고 몇 달간 관망세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연말이나 춘제(春節·중국의 설) 때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매장별 크기를 줄이거나 폐업 등레 나설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홍콩의 악명 높은 임대료도 부담을 더한다. 건물주들이 이미 임대료를 내리고 있긴 하지만, 홍콩 사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명품 브랜드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홍콩의 정치적 위기는 명품업계를 넘어 도시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8월 홍콩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홍콩을 찾은 관광객 수 역시 약 360만명으로 약 40% 감소했다. 이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강타했던 2003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미식 도시'로 불리는 홍콩에서 폐업하는 식당도 수백개에 달하면서 홍콩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폴 챈 재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홍콩 시위가 시작된 이후 사실상 도시가 마비되자 약 100여 개의 식당이 폐업했으며, 이로 인해 약 2000여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그는 일부 소매판매점도 가게 숫자를 줄이거나 직원들을 해고하는 한편, 홍콩에서 열릴 예정이던 다양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행사들도 취소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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