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청년 주거정책···너무 비싸거나 너무 불편하거나
지난 8월 29일 역세권 청년주택 첫 입주자 모집공고가 발표됐다. 공급면적은 평균적으로 1인당 5평 정도였다. 임대료는,공공임대주택의 경우 국민임대주택 수준,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시세의 85%에서 95% 사이였다.
이처럼 좁은 면적과 높은 임대료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청약에 몰린 청년들은 많았다. 서울시에 의하면 지난 9월 구의동 역세권 청년주택 옥산 그린타워 첫 입주자 모집 경쟁률은 공공임대 유형 기준으로 140대 1에 달했다. 서울시 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 주변 역세권 쳥년주택인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역시 공공임대 유형 기준 경쟁률이 122대 1을 기록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당초 서울시의 목표인 ‘주변 시세 30% 수준의 임대료’ 보다 훨씬 높은 임대료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주변 시세의 30% 수준인 공공임대와 주변 시세의 85% 수준인 민간 특별공급, 95%수준인 민간 일반공급분이 있다”며 “일반공급분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편향된 비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발표한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의하면 충정로의 경우 공급호수 전체 499호수 중 공공임대 주택은 49호수에 불과했다. 구의동 역시 전체 74호수 중 15호수로 청년들은 눈치싸움을 벌여야 했던 것이다.
민간임대 유형과 인근 오피스텔 시세는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충정로역 인근 오피스텔 면적 25㎡ 매물이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인 것에 비해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은 면적 21㎡ 타입이 보증금 4695만원에 43만원에 달한다.
역세권 청년주택 예정지 인근 부동산 업자들도 역세권 청년주택의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충정로 인근 부동산 업자 A씨는 “(주변 주택에 비해) 살짝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가격 메리트가 크게 없어서 기대감을 가지고 집 보러온 청년들이 실망이 크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변역 인근 부동산 업자 B씨는 “(청년주택에 살기 위해서는) 소득조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역세권 청년주택 신청자격 중 청년 계층은 △만 19~39세 △무주택세대구성원 △미혼 △전년도 월평균 소득 378만 1270원 이하 △총 자산 2억 3200만원 이하 △자동차 미소유다. B씨는 "이런 사람들은 결국 보증금도 대출할 수 밖에 없는데, 이자를 생각한다면 (주거 가격이) 결코 싼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년주거관련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은 최근 논평을 통해 "시세 기준 임대료의 도입하고, 시세라는 시장의 언어가 공적 영역으로 들어오자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급격하게 공공성을 잃으며 빈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셰어하우스..."고시원과 차별성 없는 곳도"
최근 이러한 청년 주거의 대안 중 하나로 공유형 주거형태인 셰어하우스가 주목받았다. 셰어하우스 포털인 컴앤스테이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7개에 지나지 않던 셰어하우스 수는 지난 6월 1020개로 크게 늘었다. 세종시, 충청남도 등 지자체에서 청년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청년들에게 잘 맞는 주거 형태라 생각해 셰어하우스 정책을 도입했다”며 “청년층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거주 형태를 다른 계층보다 선호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청년들 다수는 불편함을 호소했다. 직장인 D씨(30)는 “사실상 사용하는 방 크기가 고시원과 다를 것이 없다”면서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 때문에 들어오게 됐지만 룸메이트와 맞지 않을 경우 빨래나 화장실 이용 등 모든 생활에서 부딪혀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에 거주했던 직장인 C씨(30)는 “당장 자취를 해야 하는데 큰돈이 없어 가장 합리적으로 선택한 것이었다”면서 “집에 낯선 사람이 무단 침입해 나오게 됐는데 보증금 한 푼 돌려받지 못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셰어하우스에 기대하는 공동체 기능도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자의 생활 시간대나 패턴이 달라 크게 마주칠 일이 없어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공동시설물들을 공유하기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일들이 더 많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셰어하우스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방을 갖길 원한다고 밝혔다.
◇전세대출 이용하기엔 조건 너무 까다로워
인터뷰 중 만난 청년들 대부분은 전세를 원했다. 그러나 목돈이 들어가는 보증금 마련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쉽지는 않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인구특성별 1인가구 현황 및 정책대응 연구'에 따르면 1인 청년 전세 평균은 6476만원, 월세 보증금 평균은 987만원이었다.
대부분은 부모님께 빌리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목돈을 구한다. 이마저도 힘든 일부 청년들은 보증금 부담이 적은 고시원에서 주거를 시작하기도 한다.
일부는 은행에서 대출을 시도해보았지만, 까다로운 대출 조건이 가장 큰 벽이라고 토로했다. 직장인 최아무개(27)씨는 “전세로 바꾸려고 해도 목돈이 필요해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까다로운 자격요건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 "대출 기준을 낮추고 현재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노원구 거주중인 연구원 구아무개(27·남)씨 역시 “정부의 보증 대출도 전세금의 70%만 대출받을 수 있다. 어느 정도 목돈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세 보증금이 워낙 높다보니 보증금의 30%를 마련하는 것도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힘겨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매달 월세로 56만원을 지출하는 직장인 김지현씨(35·남·서울 강남구)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들은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웬만한 직장인들이 혜택을 받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며 “설사 내가 대상인 정책이 있더라도 역세권이 아니거나, 비용을 다 따져보면 혜택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출금 요건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보니,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출 나이제한 형평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소기업 청년 전월세 대출 나이제한을 형평성 있게 해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은 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은 1.2%라는 낮은 이자율로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대출상품이다.
현재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대상자는 대출신청일 기준 ▲민법상 성년인 세대주 또는 예비세대주 ▲무주택 ▲신청인과 배우자 합산 소득이 5000만원 이하, 단독세대주일 경우 3500만원 이하 ▲대출신청일 기준 중소‧중견기업에 재직중인 자 또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또는 창업자금 지원을 받은 자 중 만 34세(병역법에 따라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경우 만 39세) 이하인자다.
작성자는 나이 관련 조건을 지적했다. 그는 “병역 의무 기간을 가장 긴 24개월로 가늠 하여도, 60개월(5년)이라는 기간의 차이를 두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병역의 의무를 마치지 않은 사람의 나이를 상향 조정하고, 병역의 의무를 마친 자의 나이를 하향 조정하여 형평성 있게 정책을 정비해 주시기를 청원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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