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내년 1분기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유례없는 '기준금리 1% 시대'를 맞게 된다. 문제는 통화정책 여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외 정책수단 활용 가능성은 없는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저성장+저물가' 극복 위해 초저금리 통화정책
한은은 16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한 1.25%로 결정한 데 대해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고 △국내경제는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점 등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이는 수출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가 저성장을 나타내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잠정 집계된 지난달 수출액은 통관 기준 447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줄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연속 하락하며,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저성장 속에서 저물가까지 겹치며 금리 인하 단행에 힘이 실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0.04%)과 9월(-0.4%)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0%)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경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1분기 추가 인하 가능성↑
문제는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어 이번 금리 인하만으론 역부족일 것이란 분석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이 총재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7월 예상한 전망치(2.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년 1분기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가 이날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통화정책 여력은 남아 있다"며 금리 인하에 여지를 남긴 점에서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내년 금리 추가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은 처음으로 기준금리 1.00%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인 기준금리 1.00% 시대는 곧 장기형 불황을 의미하는 'L자형 침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일본처럼 국내 경제도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 같은 우려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현재 금리 이외의 정책 시행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향후 정책 여력이 축소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금리 외 정책수단의 활용 가능성은 없는지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국이 도입했던 비전통적인 수단을 국내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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