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예비 보고서를 발표한 중국 상하이·선전증시 상장사 1200여곳 중 1년 전과 비교해 수익 감소, 적자 전환, 적자 확대 등 실적 악화를 예상한 기업 비중이 약 44%로 절반에 육박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1년여 넘게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자동차 업종에서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중국 이치자동차는 3분기 최대 3억 위안(약 50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예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억 위안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던 것에서 크게 악화한 것이다. 창안자동차는 3분기 최대 5억5000만 위안 적자를 예고, 자동차 업계 '적자왕'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중국 대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닝더스다이(CATL)도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20% 하락할 것으로 예고했다.
중국 영화사 화이브라더스도 올 3분기 최대 6억4600만 위안의 적자를 예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3억2800만 위안 흑자를 기록했다.
실적 개선을 예고한 상장사가 절반이 넘지만 이중 실적 증가세가 둔화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중국증시 황제주로 꼽히는 고급 바이주(白酒, 고량주)기업 구이저우마오타이(이하 마오타이)가 대표적이다. 15일 3분기 매출·순익 증가율이 각각 13.8%, 17.1%로, 상반기 수치보다 둔화했다는 발표 다음날 주가는 3.4% 폭락했다.
앞서 중국 투자은행인 중금공사는 보고서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한 중국 주요 상장사의 올 1~3분기 순익 증가율이 9.8%로, 상반기 10.4%에서 더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상장사 실적 악화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여파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오는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할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도 간신히 6%를 사수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분기 분기별 성장률로는 2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6.2%보다도 낮은 수치다.
주차오핑 상하이 소재 JP모건 자산운용 글로벌마켓 투자전략가는 "모든 게 미·중 무역협상에 달려있다"며 "무역협상이 수출과 기업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둔화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상장사 수익성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악화하면서 중국이 통화 완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부채 압박, 부동산 거품 등 부작용을 우려해 통화 완화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지난 16일 3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깜짝' 공급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2000억 위안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금리는 3.3%로 동결했다. 그동안 만기가 도래했을 때만 MLF를 동원해 유동성을 공급했던만큼, 이번 조치는 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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