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월드컵 예선전, 남북 문제 아니라더니…김연철 "남북관계 현주소 반영"

김연철 통일부 장관 "무중계 남북전, 남북관계 소강 국면 반영"

"무관중, 북한 나름대로 공정성의 조치 취했다는 해석도 있어"

“축구 대표팀의 평양 원정경기와 남북관계 연결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하던 통일부가 하루 만에 남북전 논란 원인을 ‘남북관계’로 돌렸다.

17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남북전의 ‘무관중·무중계’가 “남북관계의 소강 국면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남북전은 국제 축구경기로 남북관계와 연관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의 발언과는 상반된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감에서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의 ‘무관중 남북전’에 대한 입장 요구에 “통일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일부 장관은 그러한 북한의 태도를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단히 실망했다. 정도는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하자, 김 장관은 그제야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북한이 무관중·무중계 이른바 ‘깜깜이’ 월드컵 예선전을 진행한 것에 대해 “중계권료와 입장권(수익)을 포기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소강 국면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손흥민 등이 경기시작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원정에서 접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9년 만에 이뤄지는 남북 평양 원정 축구 경기를 앞두고 응원단·중계진 방북, 생중계 여부 등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때마다 통일부는 “관련 사항에 대해 북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회신이 없는 상태”라고만 답했다.

또 전날 북한의 일방적인 ‘무관중’ 경기 진행이 항의 및 유감을 표명할 사안이냐는 질문에는 이번 경기가 월드컵 예선전 ‘국제 축구경기’였다는 점을 먼저 언급했다. 이어 “이번 경기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스포츠 교류가 아니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 차원에서 규정 위반에 문제가 있었는지 검토 할 수 있겠다”며 축구협회가 다룰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그 자체로, 기존의 어떤 남북 합의에 따른 체육 교류로서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의 남북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관해서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기를 남북관계나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추진 등 정부의 대북정책까지 연계해서 평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국감 현장에서 번복됐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의제들이 있고, 어느 일정한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북·미관계 영향력을 받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싸늘해진 북한의 대남 기조가 남북전에 영향을 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장관은 북한의 ‘무관중 경기’에 대해 “(남측)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공정성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북한이 ‘편파응원’을 의식해 형평성을 위해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돼,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