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0% 인터넷 실명제 도입 찬성... 표현의 자유 위축·실효성 없어 재도입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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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10-2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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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실명제 재도입 논의 활발... 성인 69.5% 찬성

  • 표현·언론의 자유 위축 우려로 헌재의 위헌 결정, 악플 근절이라는 효과도 거의 없어

  • 혐오 발언 확산을 막는 '차별금지법' 대안 떠올라

최근 인기 연예인 설리(본명 최진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특정 개인에 대한 악성 댓글(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2012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악플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인터넷 실명제를 재도입하고, 악플을 유도하는 기자의 자격을 정지하는 기자 자격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16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5%가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했다. 리얼미터는 지역·나이·이념 성향·지지 정당 등을 막론하고 인터넷 댓글 실명제에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했다고 분석했다.  

관련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월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입부개정안은 포털 서비스에 댓글을 남기려면 본인 확인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이라고 판단했던 만큼 재도입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어서 설령 다른 이름으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헌법소원과 같은 절차를 통해 다시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의 태동기인 2000년대 초 악플 등 사이버폭력의 수위가 높아면서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일어났다. 이에 2007년 인터넷 서비스 이용 시 실명 확인을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상 본인확인제'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됐다.

도입 단계부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고,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해외 인터넷 서비스에는 적용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과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 후에도 악플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국민만 불편해지고 실효성은 전혀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결국 2012년 8월 헌법재판관 8명이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인터넷 실명제는 사라졌다. 당시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고, 악플과 같은 불법 게시물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인터넷 업계에선 실효성이 없는 인터넷 실명제 대신 혐오 발언 확산을 막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차별금지법이란 독일 등 유럽 국가처럼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을 올릴 경우 국가가 이를 재빨리 차단하고, 콘텐츠 제작자뿐만 아니라 플랫폼에도 함께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현재도 모욕죄나 민사소송과 같이 특정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을 처벌하고 피해를 배상 받을 방법이 있지만, 대처 속도가 느려 피해 확산을 막는 데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자극적인 제목과 선정적인 사진을 이용해 공인에 대한 인신 공격을 가하는 언론사와 기자의 자격을 정지하자는 기자 자격제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언론계의 시각이다. 기자라는 자격을 부여하는 법률이 없고, 정부가 언론에 개입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헌재의 입장 때문이다. 헌재는 정부가 "유사 언론 행위를 규제한다"며 도입을 추진한 신문법 시행령(취재·편집 기자 5명 이상 확보 의무화)도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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