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강국, 기술독립이 만든다]<유전체 분석⑥>바이오시장 '황금알'도 규제 개선없인 '낙동강 오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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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9-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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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자, 염색체 정보 담겨…맞춤 의학 시대 접어들며 각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 국산 유전체 분석 기술은 글로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을 갖췄습니다. 다만 까다로운 규제와 높은 외산 장비 의존도는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20일 복수의 유전자 분석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국내 유전체 분석 산업을 이 같이 정의했다. 각 기업별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지만, 향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 숨이 터져 나왔다.

유전체 분석 산업은 지난 수 년 간 국내에서 크게 성장해왔다. 특히 질병의 치료에서 예측 및 관리로 개념이 전환되면서 성장에 탄력을 받았다. 개인의 유전체 분석과 해독을 통한 맞춤의학 시대로 접어들면서 일어난 변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절제술이다. 그는 해독된 인간의 표준 유전체와 자신의 유전자(DNA) 염기서열을 비교한 결과 '브라카(BRCA)1' 유전자에 변이가 있음이 발견돼 유방암 예방 조치로 절제술을 받았다. 이 사례는 특정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를 미리 알아내거나 개인의 체질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맞춤의학과 함께 유전체 분석을 대중에 널리 알리게 됐다.

대중의 높은 관심에 따라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유전체 분석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에는 10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이는 낮아지는 유전체 분석 가격과 연관이 깊다. 100만원대 유전체 분석 시대를 연 미국업체 일루미나는 약 10만원으로 해독이 가능한 장비를 제작중이라고 밝혔다. 일루미나의 계획이 실현될 경우 전 세계에서 10억명 이상의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 추세에 맞춰 국산 업체들도 관련 기술 발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국산 유전체 분석 기술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유전체 분석기술은 일기예보와 같다. 최대한 확률싸움인데 국내 기업들은 일부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B사 관계자도 “외국에 나가보면 해외업체 관계자들이 한국 연구원들의 분석 기술을 최고라고 치켜세운다”면서 “장비를 활용하지만 결국 80%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국내 연구원들의 기술력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규제와 높은 외산 장비 의존도는 국산 유전체 분석업계가 풀어야할 숙제다. 특히 규제샌드 박스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는 기대보다 우려가 높았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규제에 막혀 지체되거나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일정 조건아래 기존 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유예해 시장에서 테스트하거나 출시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유전체 분석업체 관계자는 “올 초부터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특례 사례로 유전체 분석이 꼽히고 있지만, 완벽한 규제 개선 없이는 2년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서 “업계 전체에 대한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전체 분석 시장에서 기술은 국산을 최고라 자부하지만 장비나 분석 시약 등에서 국산의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완전한 기술독립을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국산 장비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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