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인 서울 한남3구역이 단일 건설사 브랜드로는 서울 최대 아파트 단지로 거듭나게 됐다.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등 3파전으로 진행되는 시공사 선정 결과 어느 건설사가 수주하든 서울 부촌(富村)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입찰 건설사들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한남3구역 재개발에 뛰어들어 최저 분양가 보장, 파격적인 이주비 지원, 실현 가능성이 낮은 '혁신 설계' 등 조건을 앞다퉈 제시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 간 수주경쟁이 이처럼 치열해지면서 과열·혼탁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한남3구역은 한강을 남쪽, 남산을 북쪽으로 둔 대표적인 배산임수 입지에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크기다. 주한미군 주둔지였다가 주한미군의 평택부지 이전에 따라 국가공원화가 추진되는 용산부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또 고가 주택 '한남더힐' 등이 몰려 있는 한남동, 동부이촌동 등 서울의 대표적인 부자동네, 복합개발이 추진 중인 용산역세권과 가까운 곳으로 강남을 능가하는 우리나라 최고 부자동네의 잠재력이 큰 곳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무수한 걸림돌이 걸려 있는 만큼 앞으로 한남3구역만한 대어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 한남3구역이야 말로 브랜드 이름을 떨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 부촌지도 왕의 자리 '한남3구역'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에 있는 한남3구역은 재개발 사업을 통해 지하6층~지상22층, 197개동, 5816가구(임대 876가구)로 탈바꿈한다. 공사 예정 가격만 1조8880억원으로 역대 재개발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앞서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권 입찰과정에서 컨소시엄을 차단해 입찰에는 대형 건설사인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3곳만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한남3구역은 단독 브랜드를 건 서울 역대 최대 규모 아파트가 된다. 전국으로 확장할 경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가 6800가구로 역대 가장 많은 가구수를 자랑하지만, 서울 알짜 입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남3구역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서울에서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와 송파구 잠실엘스(5678가구), 강동구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등 서울 대단지들이 상당수 존재하나, 최근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진 컨소시엄으로 지어진 아파트라는 점, 또 입지가 뒤처진다는 점에서 비교 불가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출사표를 던진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세 곳 중 어느 곳이 시공권을 가져가든 한남3구역이 서울 랜드마크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본다. 재건축 대어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가 소송 등에 얽혀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한남3구역의 명성을 따라 잡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재건축 확대로 최근 강남 부촌 지도는 빠르게 바뀌었다. 반포동에서는 아크로리버파크가 래미안퍼스트지의 왕좌 자리를 빼앗고 대표 아파트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 영향으로 대림산업의 ‘아크로’는 강남3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파트 브랜드로 우뚝 섰다.
올해 거래된 서울지역 아파트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아파트는 한남동 한남더힐(전용면적 244.749㎡)로 지난 1월 84억원에 팔렸다. 이는 2006년 실거래가격 발표 이후 최고 거래가격이다.
더구나 최근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아파트가 정밀 안전진단의 문을 못 넘었듯 재건축 추진에 수많은 규제가 걸려 있는 점을 감안할 때, 2기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왕좌 자리는 당분간 쉽게 바뀌기 힘들 전망이다. 한남3구역이야 말로 브랜드 이름을 각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남3구역에서 시공권 승기를 잡으면 재개발 추진이 빠른 한남2구역 등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다”며 “한남3구역을 능가할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없기 때문에 브랜드 왕좌를 수성하기 위해 건설 3개사가 시공권을 두고 명운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건설사가 제시한 사업조건 등을 비교해 23일 조합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왕좌 자리 둔 혈투
건설사들은 승기를 잡기 위해 브랜드 명운을 건 모습이다. 건설사들이 선물 보따리를 풀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게 가능하겠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GS건설은 조합에 일반분양가 3.3㎡당 7200만원까지 보장해주겠다고 제안했고, 현대건설은 LTV 70% 이내에서 가구당 5억원의 최저 이주비를 제시했다. 대림산업은 이주비 LTV 100% 보장과 함께 임대아파트가 전혀 없는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한남3구역 조합원 A씨는 “상한제를 피하는 것은 5년 임대 후 분양으로 진행할 때나 가능하다. 이주비도 대출이자율이 어느 정도인지, 무이자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보도만 보면 현대백화점이 입점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현대백화점 그룹의 계열사 브랜드가 상가에 입점하는 것이지 백화점이 들어서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조합원 B씨는 “원안설계와 비교했을 때 시공사들이 제안한 대안설계가 서울시의 문턱을 수월하게 넘을 수 있을지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별로 제시한 단지명은 현대건설 '디에이치 더 로얄', 대림산업 '아크로 한남 카운티', GS건설은 '한남 자이 더 헤리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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