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식'을 열자는 억지까지 받아들일 정도로 이혼을 하고 싶었던 현우. 완벽한 싱글라이프를 꿈꿨지만, 아내 선영(이정현 분)이 만나는 남자(이종혁 분)가 신경 쓰이는 그는 때로는 얄밉고 때로는 듬직한 구석이 있는 아슬아슬한 캐릭터다.
밉살맞을 수 있는 현우를 친근하게 만든 건 배우 권상우(43)의 공이 컸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상대 역으로 권상우를 점 찍었다는 이정현의 말이 과정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스스로도 "캐릭터에 나를 대입했을 때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할 정도로 찰떡같았던 권상우와 현우는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연결돼 있었다.
다음은 권상우의 일문일답
상대 역인 이정현은 현우 역을 보고 권상우를 떠올렸다고. 스스로도 그랬나?
- 현우 캐릭터가 나와 잘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나리오를 읽고 어떻게 연기할지 상상하는 편인데, 내 안에서 (현우와) '어울리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상상할 때 무리가 없었다.
어떤 면이 그랬나?
- 위트 있는 모습이 저와 가깝더라. 웃음을 주는 유쾌한 캐릭터였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젊어진 듯한 기분도 느꼈다.
권상우가 추구하는 코미디와 '두 번 할까요'의 결이 같았나?
- 개인적으로 휴먼 코미디를 지향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다. 웃기기도 하고, 눈물도 흘리게 만드는 거.
'두 번 할까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을 준다. 연기할 때는 몰랐지만 실 관람객에게 먹힌 장면이 있다면?
- 물에 빠진 선영이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현우가 울며불며 그를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무릎 꿇은 현우의 바지가 물에 흠뻑 젖어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웃으시더라.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응급실에 계신 할머니가 '시끄럽다'고 말하는 장면도 그렇고. 의외의 것에서 (웃음이) 터질 때 기쁘고 재밌다.
웃음은 '디테일'에서 오는 것 같다. 권상우가 생각하는 영화 속 디테일이 있다면?
-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나뭇잎에 쓱 닦는 장면? 실제 제 모습이랑 비슷하다. 대본에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 있었다.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으니 애드리브도 더 수월했겠다
-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극 중 현우가 설렁탕을 먹는 장면에서 선영이 '쩝쩝거리지 좀 마!'라고 외치는데 실제로 가끔 듣는 말이거든. 하하하.
기혼자의 입장에서 본 현우와 선영은 어떤가?
- 저는 이렇게 치고받고 싸울 때는 다 지났다. 초반에는 다툼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단단해졌다. 이제는 크게 싸울 일도 없다.
현우와 선영의 전사가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사로 유추해 볼 수는 있었는데
- 선영 대사 중, '그 사람은 영어만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못 알아들었다'는 게 있다. 서로 각자 이야기만 하니까 '듣는 법'을 잃어버린 거다. 많은 분이 공감할 만한 대목인 거 같다. 저도 대사 속에서 현우와 선영의 관계를 만들어갔다.
극 중 이종혁과 '말죽거리 잔혹사'도 패러디했는데
- 걱정이 컸다. 잘 되면 빛나지만 잘 못 할 경우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작품이 흠집날까 우려가 컸다. 시작 전 노파심이 컸던 것에 반해 촬영은 즐겁게 찍었다.
관객들이 즐거워하더라
- 저는 기자분들이 웃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 제작보고회에서 예고편을 틀어줬는데, '말죽거리 잔혹사' 패러디를 보고 소리 내 웃으시더라. 웬만하면 잘 안 웃으시는 분들 아닌가. '왜 웃지' 싶었는데, 일반 관객들을 더 웃어줄 것 같아서 기대도 된다.
'두 번 할까요'와 '귀수'가 비교적 짧은 기간을 두고 개봉한다. 코미디 영화 직후 정통 액션으로 돌아오는데
-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비슷한 장르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장르지 않나. 훨씬 낫다고 본다. 재밌는 영화의 권상우를 보다가 3주 뒤에는 진지한 모습의 권상우를 보는 거지. 제게 한가지 면만 있는 게 아니란 걸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
'귀수'에 거는 기대도 크다고
- 장르에 목말라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 '이런 장르는 권상우가 갑(甲)'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생애 처음으로 식이조절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탐정'부터 '두 번 할까요' '귀수'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배우로서 자부심을 느낄 법도 한데
- 그렇지 않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단절되어있다는 느낌도 들고···. 영화를 많이 찍어서 대중에게 '극장에서 인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난 1년간 영화 3편을 열심히 찍었는데 올해 비로소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다른 작품으로 또 만날 수 있겠지.
앞서 배우로서의 유효기간에 관해 고민한다고 했다
- 앞만 보고 달린다고 해도 몇 년이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 않은 거 같다. 벌써 제가 44살인데, 잘 해봐야 앞으로 6~7년 정도 될 거다. 그때까지 열심히 달려야지.
'두 번 할까요' '귀수' '히트맨'이 연달아 개봉하는데. 권상우에게 중요한 시기겠다
- 제2의 도약이라고 본다. 대학 입시를 앞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두 번 할까요'로 어떤 평을 얻고 싶나
-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드물지 않나. 영화 장르가 편중된 거 같은데 우리 영화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 같다. 재밌게 볼만한 영화도 필요하니까.
'액션'에 강한 애정을 품고 있는데, 권상우에게 '액션'은 어떤 의미인가
- 제 꿈이다. 종국에는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다. 개발 중인 시나리오도 2개나 있다. 항상 머리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야 하니 작품 활동에 매진 중이다. 늦지 않을 때 (제작에도) 힘을 기울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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