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 반대 시위에 포퓰리즘 귀환까지'...남미 정치리스크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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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10-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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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긴축재정에 시위 폭발...투자 불안감↑

  • 국가비상사태 빠진 칠레...브라질은 '불똥'에 촉각

  • 아르헨티나 정권교체 전망...포퓰리즘 귀환 우려

남미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고조된 정치적 리스크(위험)가 투자자들의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칠레에선 지하철 요금인상으로 촉발된 시위가 소요사태로 번질 조짐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칠레를 따라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브라질은 시위의 불똥이 옮겨붙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27일 대선을 치르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친시장 성향의 우파 미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포퓰리즘 좌파세력에 정권을 반납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 긴축 재정에 시위 폭발...투자 불안감↑

블룸버그는 최근 남미에서 투자자들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 긴축재정에 국민들이 온몸으로 거부하고 나서면서 긴축재정을 추진하는 정부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미 각국은 군부통치가 만연하던 1970년대 긴축재정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2000년 즈음 시작된 상품(원자재)시장의 호황으로 국부가 쌓이면서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상품 호황이 끝나면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재정적자가 늘어났지만, 심각한 소득 불평등 속에서 국민들의 재정확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IMF에 따르면 남미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0년 전 51%에서 올해 78%까지 높아졌다.

미국 위기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대니얼 커너 중남미 책임자는 "정권이 우파로 기울어지는 것에 환호하던 투자자들은 이런 과제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면서 "각국 정부가 재정 조정의 필요성과 조정 능력의 부재 속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이미 정치 리스크를 자산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나라별로 시위의 원인이나 양상이 다르지만 정부의 친시장 정책 추진 및 지출 제한 능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선 결과가 같기 때문이다.

◆'국가비상사태' 칠레...브라질은 시위 번질까 촉각

최근 사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꼽히는 칠레다. 시위의 발단은 우리 돈 50원 정도에 불과한 지하철 요금 인상이었지만,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 고질적인 빈부 격차, 사회 불평등으로 쌓여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분출하면서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지하철 운행과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교통이 마비됐고 약탈을 우려해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지난 19일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지하철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며 대화를 요구했지만 시위는 더 격화했고, 결국 국가비상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주말에만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11명 발생했다.

사회 동요에 경제적 우려가 높아지면서 21일에는 칠레 증시 간판 IPSA지수가 4.61% 곤두박질치면서,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정부도 긴장 상태다.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이 제시한 친시장 개혁 모델의 상당 부분이 칠레의 사례를 본뜬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시위 사태의 불똥이 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권교체 전망...'포퓰리즘' 귀환 우려

이달 27일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 정권의 귀환을 둘러싼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마크리 대통령을 20%포인트 이상 따돌릴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가 19일 보도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친시장 경제개혁을 내세우며 집권했지만, 경제가 쪼그라들고 연간 물가상승률이 55%에 육박하는 등 경제 불안이 계속되면서 지지자들을 잃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마크리 정권의 수성을 바라고 있다. 페르난데스가 내세운 러닝메이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007년부터 8년간 집권하면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해 아르헨티나 경제를 악화시킨 장본인으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예비선거에서 마크리 대통령이 페르난데스에 완패하자 아르헨티나 증시가 하루 사이 38% 고꾸라지고, 페소화 가치가 19% 폭락하는 역대급 혼란이 발생했다.

대선을 앞두고 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페소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21일 페소·달러 환율은 58.41페소를 가리켰다. 아르헨티나 부채 중 80%는 외채이기 때문에 페소 가치가 떨어지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진다. 아르헨티나의 총 외채는 2800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된다.

호세 에차구에 컨설타시오인베스트먼트 전략가는 로이터를 통해 "페르난데스 내각이 어떻게 채워질지, 경제 정책이 어디를 향할지에 따라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로이터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좌파 정권이 들어설 경우 페소·달러 환율이 65페소까지 오를(페소 하락) 수 있다고 봤다. 

 

21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반정부 시위대[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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