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일본계 기업…'미중 무역전쟁·홍콩시위·韓불매운동'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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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19-10-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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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TRO 설문조사서 53% "1~8월 실적 악화"

미·중 무역 갈등과 홍콩의 민주화 시위 장기화,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잇단 악재가 겹쳐오면서 일본계 기업이 사면초가 상황에 처했다.

23일 NHK에 따르면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홍콩 주재 일본 기업과 일본인이 경영하는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지난 9월 11일~24일까지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실적을 묻는 질문에 52.8%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악화했다", "악화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해서는 58.9%가 '미·중 무역 갈등'이라고 답했다. '(홍콩) 시위'라고 답한 기업은 38.7%였다.

홍콩 시위에 대한 대응으로는 홍콩으로부터 중국 본토로 출장을 자제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기업이 41.1%였다. 일본에서 홍콩으로 출장을 중지한 기업도 15.3%였다. 장기화하고 있는 시위가 중국, 아시아 비즈니스 거점인 홍콩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다카시마 도모히로(高島大浩) JETRO 홍콩 사무소 과장은 "미·중 무역갈등, 중국 경기둔화와 함께 장기화한 시위 활동이 비즈니스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다. 홍콩 정부에 개선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21일 내놓은 9월 무역통계(통관기준 속보치)에 따르면 일본의 2019회계연도 상반기(4~9월) 기준 무역수지는 8480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의 영향 탓이다. 일본이 반기 기준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년 만에 처음이다.

국가별로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1조8860억 엔의 적자를 봤고,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5195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과는 3조4019억 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불매운동의 중심에 섰다가 회복세를 보이던 의류업체 유니클로가 위안부 모독 광고 논란으로 재차 도마에 오르며 한 풀 꺾였던 불매운동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광고 문제가 있기 전까지 유니클로는 할인행사를 열고 가을·겨울 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며 회복세를 탔다.

그러나 국내용 광고 자막을 영어 원문과는 달리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의역해 일제강점기 시절을 조롱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모독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번지자, 유니클로는 지난 20일 "해당 광고는 정치적 또는 종교적 신념, 단체와 무관하다"며 광고를 중단했으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불매 운동의 여파는 통계 수치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일본의 한국 수출액은 4028억 엔(약 4조3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5.9% 줄었다.

또 이 기간에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2513억 엔으로 8.9% 감소했다. 이로써 일본은 9월에 한국과의 교역에서 1514억 엔의 흑자를 올렸지만, 흑자폭은 작년 동기보다 25.5% 급감했다.
 
지난 9월의 한국에 대한 수출 감소 폭은 일본 정부가 올 7월 시작한 수출 규제에 반발하는 불매 운동이 한국에서 본격화한 8월(8.2%)과 비교해 두 배 규모로 커졌다.
 

일본의 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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