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식업체 피자익스프레스는 최근 몇 년간 실적 악화에 시달리다 결국 이달 초 채권자들과 채무 협상을 진행해 줄 재무 전문가를 고용하기로 했다.
위기를 맞은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중국 기업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이들의 위기로 지난 수년 간 해외 사업에 혈안이 돼 마구잡이식 인수합병(M&A)에 나섰던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22일(현지시간) “요트 제조업체부터 피자 체인점까지 해외 업체들을 인수했던 중국 기업들이 최근 부채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레티는 최근 좋지 않은 시장상황으로 예상했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게 되자 밀라노 증시 입성 계획을 보류했다. 페레티의 결정에 당황한 것은 중국 산동중공업 계열사이자 디젤엔진기업 웨이차이그룹이다. 웨이차이는 지난 2012년 1월 페레티에 투자해 지분 75%를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피자 익스프레스를 인수한 중국 사모펀드 업체인 호니캐피탈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피자 익스프레스가 장기간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호니캐피탈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최대 섬유·의류 기업으로 꼽히는 산둥루이테크놀로지도 과거 40억 달러(약 4조6872억원)에 영국 명품 트렌치코트 브랜드 아큐아스큐텀을 인수한 데 이어 프랑스 산드로·마쥬·끌로디피에로 등 럭셔리 패션브랜드를 잇달아 손에 넣은 뒤 부채 상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해외 업체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와 기업공개(IPO)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고, 지분 매각도 쉽지 않다.
수년간 해외 M&A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중국 거대 기업 하이항(HNA)그룹조차 전세 항공사 아볼론 홀딩스의 지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M&A 전략 실패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하이의 투자은행인 BDA파트너스의 마크 웹스터 이사는 블룸버그와 한 인터뷰에 "일부 중국 기업들이 경기 사이클 정점에서 고평가된 가격에 해외 자산을 매입했다”며 “전략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자산을 높은 가격에 인수한 후, 이를 다시 적정가격에 매각하려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2년 전 해외 자본 유출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와,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홍콩시위 등 지정학적 요인도 이들의 위기 탈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 기업의 신규 M&A도 크게 줄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중국의 해외 M&A 규모는 590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3% 감소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