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00만대 생산'은 한국 자동차 산업을 유지할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자칫 관련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완성차 생산량은 291만5289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89만9556대) 대비 0.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전체 생산량이 하향 전환한 점에서 '400만대 생산 붕괴'에 대한 우려가 높다. 실제로 지난 8월과 9월 차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5.9%, 4.8%씩 감소했다. 누적 생산대수 증가폭도 1~8월 1.1%에서 1~9월 0.5%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생산량이 403만대 수준에 그친 점을 감안했을 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생산량은 400만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마이너 3사의 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한국GM의 올해 1~9월 완성차 생산량(30만4756대)은 2005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쌍용차 생산량(10만755대)도 2012년 이후 최소다. 르노삼성 생산량도 12만3920대로 작년 동기보다 24.9% 급감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129만4691대)와 기아차(108만6075대)만 유일하게 증가세를 이어가며 간신히 지지대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추세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은 부품업체들이다. 차 생산량이 줄면, 그에 비례해 부품 공급 물량도 줄어 무작정 버티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생산량 400만대 선이 붕괴되면, 규모가 작은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며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부품개발에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보다도 내년이 더 문제다. 당장 르노삼성의 경우, 앞서 추진하던 닛산 캐시카이 위탁생산이 최종 무산돼 생산량 급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대체할 신차 'XM3' 유럽 수출 물량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GM도 노조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쌍용차도 위기 상황을 타개할 확실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노사 화합, 고비용 구조 개선을 통한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차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다양한 대안들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그중 가장 시급한 게 노사 화합"이라며 "노조도 이제 회사 생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자동차 업계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낮은 생산성, 고비용 구조 개선 등을 통해 친환경 시대에 대비한 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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