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창업·연구개발(R&D) 지원 예산이 급증하면서 민간은행의 담보 위주 대출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예비창업자나 중소기업들은 정책자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자금은 기술이나 사업성 중심 평가를 거치면 받을 수 있어 담보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 그럼에도 까다로운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 등은 당장 정책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겐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든 게 바로 ‘불법 브로커’다.
자칭 '정책자금 전문가'라고 밝힌 무자격 브로커들이 정책 수요자인 350만 중소기업인과 300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불법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정책자금 시장이 지하경제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경영·기술 자문과 대행을 위해 정부가 국가공인자격인 경영지도사와 기술지도사 자격증을 만들어 놓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정책자금 암시장'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모호한 기준에 법망 피하는 ‘불법 브로커’
24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책자금 브로커’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지원자금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검토하기 위해 ‘조직혁신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정책자금 제3자 부당개입 유형’ 판단기준을 만들었다. 기준은 △계약 불이행 △대출심사 허위 대응 △허위 대출약속 △부정청탁 △정부기관 등 사칭으로 총 5가지다. 올해 △부당보험영업 행위가 추가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통해 합법과 불법을 가려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조직혁신TF는 특별 집중조사를 실시해 14개 업체에서 위법행위를 발견하고 수사를 의뢰했으나 이들 업체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성공보수 10%를 요구한 지도법인 A사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브로커 민원이 들어와 두 차례 주의 처분을 받았던 이력이 있었는데도 혐의를 특정하지 못했다. ‘지원센터’라는 이름을 내건 B사는 전국 각 지역에 현수막을 내걸며 조직적인 활동을 벌였으나 무혐의였고, 다른 지원센터 C사는 중진공에서 고발조치까지 받았는데 처벌을 피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2010년 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계약서에 적혀 있는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본인(중소기업 또는 창업기업)이 판단해야 하고, 계약 후 컨설팅 행위도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며 “계약금을 받고 잠적하는 등 명확한 위법 행위가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헬리콥터 머니’ 된 정책자금…불법 브로커 사냥터
중기부에 따르면, 연간 정책자금 지원 규모는 2015년 3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4조5000억원 규모고, 내년엔 6조2000억원 수준(정부 예산안)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에 지원된 정책자금(융자) 규모는 총 15조8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정부가 정책자금 규모를 확대하는 흐름을 타고 ‘불법 브로커’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이 없다보니 정부는 합법으로 간주되는 컨설팅 업체(중소기업 상담회사)의 정책자금 취급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중소기업에 접근해 세금을 사냥하는 불법 브로커들이 적잖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3자 부당개입 정의를 명확히 했으니, 이젠 꼼꼼히 봐야 할 시기가 됐다”며 “(R&D 자금도) 불법 브로커 문제가 드러난 만큼, 수사 의뢰 기업을 특정할 수 있는 기준을 담은 대책 초안은 완성했다. 올해 12월이 되면 추진 계획 등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34년된 국가 자격증 '경영·기술지도사', 활용 방안도 마련해야
경영지도사와 기술지도사는 34년 전 정부가 만든 국가자격증이다. 이들은 중소기업 경영과 기술문제에 대한 종합 진단(경영·기술 컨설팅)과 기업 경영에 대한 진단·지도 자문, 대행 등 법적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정부는 경영·기술지도사들의 정책자금에 대한 자문과 대행 업무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중기부와 중진공 등 주관기관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정책자금을 신청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대부분 불이익을 부여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경영·기술 지도사들이 정책자금 자문과 대행업무는 할 수 있다"면서도 "제3자 부당개입은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의 법 적용은 애매한 게 사실"이라며 "경영컨설팅 분야 자체가 딱 한 분야로 규정할 수 없는 데다,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책자금의 종류와 지원절차, 관련 서류 작성 등 전문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계 목소리도 있다.
파주 소재 중소기업 사장 K씨(62)는 "지난해부터 공장 운영자금과 수출 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중진공을 찾았지만, 번번이 자금 수혈에 실패했다"며 "2~3년 전부터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받아준다며 찾아오거나 전화하는 브로커들이 많았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고 싶지 않아 돌려보냈다. 이제는 이들을 찾아 수수료 주고 자금을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오연 한국경영지도사회 회장은 "정책자금 지원제도의 전문가지원제도의 양성화를 위한 준수사항과 불이행시 처벌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률적인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불법적인 수수료 수수를 방지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나 세무사처럼 중소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 보수표 제정을 통해 이를 고시하고 적정수수료의 수수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칭 '정책자금 전문가'라고 밝힌 무자격 브로커들이 정책 수요자인 350만 중소기업인과 300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불법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정책자금 시장이 지하경제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경영·기술 자문과 대행을 위해 정부가 국가공인자격인 경영지도사와 기술지도사 자격증을 만들어 놓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정책자금 암시장'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모호한 기준에 법망 피하는 ‘불법 브로커’
24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책자금 브로커’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지원자금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검토하기 위해 ‘조직혁신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정책자금 제3자 부당개입 유형’ 판단기준을 만들었다. 기준은 △계약 불이행 △대출심사 허위 대응 △허위 대출약속 △부정청탁 △정부기관 등 사칭으로 총 5가지다. 올해 △부당보험영업 행위가 추가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통해 합법과 불법을 가려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조직혁신TF는 특별 집중조사를 실시해 14개 업체에서 위법행위를 발견하고 수사를 의뢰했으나 이들 업체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성공보수 10%를 요구한 지도법인 A사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브로커 민원이 들어와 두 차례 주의 처분을 받았던 이력이 있었는데도 혐의를 특정하지 못했다. ‘지원센터’라는 이름을 내건 B사는 전국 각 지역에 현수막을 내걸며 조직적인 활동을 벌였으나 무혐의였고, 다른 지원센터 C사는 중진공에서 고발조치까지 받았는데 처벌을 피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2010년 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계약서에 적혀 있는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본인(중소기업 또는 창업기업)이 판단해야 하고, 계약 후 컨설팅 행위도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며 “계약금을 받고 잠적하는 등 명확한 위법 행위가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헬리콥터 머니’ 된 정책자금…불법 브로커 사냥터
중기부에 따르면, 연간 정책자금 지원 규모는 2015년 3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4조5000억원 규모고, 내년엔 6조2000억원 수준(정부 예산안)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에 지원된 정책자금(융자) 규모는 총 15조8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정부가 정책자금 규모를 확대하는 흐름을 타고 ‘불법 브로커’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이 없다보니 정부는 합법으로 간주되는 컨설팅 업체(중소기업 상담회사)의 정책자금 취급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중소기업에 접근해 세금을 사냥하는 불법 브로커들이 적잖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3자 부당개입 정의를 명확히 했으니, 이젠 꼼꼼히 봐야 할 시기가 됐다”며 “(R&D 자금도) 불법 브로커 문제가 드러난 만큼, 수사 의뢰 기업을 특정할 수 있는 기준을 담은 대책 초안은 완성했다. 올해 12월이 되면 추진 계획 등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34년된 국가 자격증 '경영·기술지도사', 활용 방안도 마련해야
경영지도사와 기술지도사는 34년 전 정부가 만든 국가자격증이다. 이들은 중소기업 경영과 기술문제에 대한 종합 진단(경영·기술 컨설팅)과 기업 경영에 대한 진단·지도 자문, 대행 등 법적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정부는 경영·기술지도사들의 정책자금에 대한 자문과 대행 업무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중기부와 중진공 등 주관기관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정책자금을 신청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대부분 불이익을 부여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경영·기술 지도사들이 정책자금 자문과 대행업무는 할 수 있다"면서도 "제3자 부당개입은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의 법 적용은 애매한 게 사실"이라며 "경영컨설팅 분야 자체가 딱 한 분야로 규정할 수 없는 데다,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책자금의 종류와 지원절차, 관련 서류 작성 등 전문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계 목소리도 있다.
파주 소재 중소기업 사장 K씨(62)는 "지난해부터 공장 운영자금과 수출 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중진공을 찾았지만, 번번이 자금 수혈에 실패했다"며 "2~3년 전부터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받아준다며 찾아오거나 전화하는 브로커들이 많았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고 싶지 않아 돌려보냈다. 이제는 이들을 찾아 수수료 주고 자금을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오연 한국경영지도사회 회장은 "정책자금 지원제도의 전문가지원제도의 양성화를 위한 준수사항과 불이행시 처벌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률적인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불법적인 수수료 수수를 방지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나 세무사처럼 중소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 보수표 제정을 통해 이를 고시하고 적정수수료의 수수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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