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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가 뽑은 별별 명장면] '버티고' 고공 키스신으로 위로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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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10-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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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104번째 타자는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제작 영화사 도로시㈜ 로렐필름·배급 ㈜트리플픽쳐스)의 주인공 천우희다.

천우희가 뽑은 '버티고'의 명장면은 엔딩 키스신[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영화 '버티고'는 고층 건물의 사무실 안에서 추락의 공포를 느끼는 여자 서영(천우희 분)과 도시의 빌딩 숲을 유영하는 로프공 관우(정재광 분)이 고층 건물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다, 마침내 마천루 꼭대기에서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 멜로 드라마다.

이번 작품에서 천우희는 고층 빌딩에서 일하는 여자 서영을 연기한다. 계약직 디자이너로 하루하루 위태롭게 견뎌 나가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당신은 떨어지지 않아요. 괜찮아요'라는 대사가 마치 저를 위한 말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천우희가 명장면으로 꼽은 장면은 '버티고'의 마지막 장면이다. 하루하루 위태롭게 삶을 버티던 서영이 옥상에 올라 로프공 관우와 대면하는 신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그려낸 명장면이다.

회사 안에서 숨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했던 서영. 사내 비밀 연애가 들통나고 이를 약점으로 쥔 부장은 온갖 모욕적인 말과 폭행까지 저지른다. 서영은 모든 의욕을 잃고 옥상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로프공 관우와 대면한다. 그간 자신을 지켜보며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관우를 알아본 서영은 "데려가 달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서영은 빌딩을 벗어나 석양을 바라본다. 아름답고 이질적인 풍경 뒤로 자신의 처지를 떠올린 서영은 로프를 끊어버리고 빌딩 아래로 몸을 내던진다. 하지만 관우는 온 몸을 던져 그를 구하고 "떨어지지 않아요"라며 위로한다.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한 두 사람은 깊은 입맞춤을 나누며 다시 한번 희망을 품는다.

천우희가 명장면으로 뽑은 키스신[사진=영화 '버티고' 스틸컷]


"나름대로 건강한 정신과 뚝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버티고' 마지막 장면을 보는 순간 '아, 나도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각하지 못한 거지 상처를 받지 않았던 건 아니었어요. 힘든 시기였는데 '버티고'를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마치 제 얘기 같더라고요. 힘든 시간을 연기로 치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버티고'의 마지막 장면은 전계수 감독 역시 공들여 만든 장면이기도 하다. 전 감독은 삶의 의지를 잃은 서영이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할 때 관우가 이를 잡아주는 모습이 '버티고'가 말하는 관계 회복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제가 생각하는 마지막 장면은 서영이 어떤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기보다 불안하고 결핍한 존재들이 각각 서로를 알아보고 손잡아주는 연대라고 봤어요. 영화적이고 극적인 감정을 주기 위해서 키스로 마무리 한 거죠. 사랑보다 인간 대 인간이라고 해석했어요. 보는 관객마다 받아들이는 바도 다르겠죠?"

한편 천우희가 추천한 명장면이 담긴 '버티고'는 지난 16일 개봉했다. 러닝타임은 114분 관람등급은 1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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