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시대 열리나] ② "마라톤은 이제 막 시작"... 양자컴퓨터 주도권 쥐려는 기업들 물밑 경쟁

  • 막 오른 양자컴퓨터 주도권 전쟁... IBM과 구글의 기싸움

지난 23일 구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양자우위를 달성한 양자컴퓨터 칩셋 '시커모어'를 공개한 후 업계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기존 컴퓨터 하드웨어 산업을 지배하던 인텔은 "구글에 축하를 보낸다"고 말한 반면 양자컴퓨터 업계에서 구글의 경쟁자인 IBM은 "구글은 아직 양자우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컴퓨터 하드웨어 시장 패권을 쥐기 위해 진행된 기업들의 물밑 기술·마케팅 경쟁이 양자컴퓨터 업계에서도 재현될 전망이다.

현재 양자컴퓨터 업계는 캐나다 디웨이브가 주도하는 가운데 IBM과 구글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디웨이브가 2013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록히드마틴, 구글 등에 판매한 양자컴퓨터 '디웨이브 2'는 '양자중첩', '양자얽힘'과 같은 양자컴퓨터의 핵심 기술 대신 '양자 어닐링(양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현상)'을 활용하는 만큼 진정한 양자컴퓨터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평가다.
 

IBM Q 양자컴퓨터.[사진=IBM 제공]


때문에 실질적으로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업체는 IBM과 구글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양자컴퓨터 연구팀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유럽 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을 사들여 관련 연구를 하는 것일 뿐 적극적으로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에선 공개한 기술 수준이나 실제 구현 사례 등을 종합하면 IBM이 구글보다 살짝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컨설팅 회사 CCS는 "IBM이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빠르면 2022년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해 관련 앱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BM은 2016년 양자컴퓨터 환경을 테스트할 수 있는 '퀀텀 익스피리언스'를 공개한 데 이어 2017년 5월 17 큐비트의 양자컴퓨터 칩셋을 공개했다. 9월에는 미국 뉴욕에 양자컴퓨터센터를 열고, 53 큐비트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했다.

구글은 2009년 양자 인공지능 연구팀을 설립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13년 NASA와 공동으로 양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세우고 범용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두 회사는 53(IBM), 72(구글) 큐비트를 달성한 양자컴퓨터 칩셋을 개발했다고 발표하며 양자우위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서로 얽히면서 노이즈가 발생해 결과값에 오류가 일어나는 '양자오류'라는 커다란 난제에 부딪혔다. 쉽게 말해 계산할 때마다 결과값이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결과값 오류를 수정하려면 또 다른 큐비트가 필요하다. 큐비트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연결 난이도가 급증하는 이유다. 두 업체가 53, 72 큐비트를 달성한 칩셋을 개발했음에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러한 양자오류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IBM은 일단 5~20 정도의 낮은 큐비트의 양자컴퓨터를 외부에 공개해 알고리즘 개발을 촉진하고, 53 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외부에 공개해 양자오류 없는 보다 정교한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9월 구글의 시커모어 논문 초안이 공동연구자인 NASA 홈페이지에 게시됐다가 삭제되며 이러한 IBM의 전략은 백지화되었다. 논문에는 단순히 53 큐비트를 달성한 것을 넘어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양자오류 없이 슈퍼컴퓨터를 압도하는 결과를 도출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IBM은 이례적으로 연구소장이 경쟁사 논문을 직접 평가하며 "구글이 양자우위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자우위란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로 불가능한 작업을 처리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며, 양자컴퓨터로 3분20초 만에 풀었다는 구글의 문제는 기존 슈퍼컴퓨터로도 2~3일이면 훨씬 신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기존 컴퓨터로 도저히 불가능한 성능을 보인 것은 아니다"는 게 IBM의 입장이다. 양자컴퓨터 업계 주도권을 두고 IBM과 구글의 신경전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일화다.

다만 IBM과 달리 학계에선 구글이 양자우위를 달성했다고 보고 있다. 양자우위라는 용어의 창시자인 존 프레스킬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교수는 "양자우위를 실현했다는 구글의 주장은 양자컴퓨터의 발전을 위한 큰 한 걸음이다"며 "양자컴퓨터 연구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양자컴퓨터라는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마라톤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평했다. 인텔은 성명서를 통해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도 처리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려면 수 많은 도전과제를 극복하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대권을 쥐기 위한 마라톤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과거 IBM이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핵심 기술을 개발했지만, 결국 인텔,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컴퓨터 시장 주도권을 내줬음을 상기시키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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