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에 '꽃'이 핀다]① 30년 지나야 피는 ‘검사의 꽃’ 검사장

  • 능력, 성과는 물론 운도 따라야 오를 수 있는 자리

정·관계에는 모두 ‘꽃’이라고 불리는 자리가 있다. 어느 자리든 꽃이 피기까지는 적어도 십수년이상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이 다한 뒤에야만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 국회의원 중에서는 상임위원장이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에는 검사장, 경찰에는 경무관, 군대에는 장성이다. 꽃을 피우게 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검찰부터 살펴본다.
 
 

검사들 사이에는 "김 사장, 박 사장 다 필요없다. 검사장이 최고"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검사장은 대한민국 검사의 꽃이다. 강산이 몇번 바뀌는 기간 동안 오직 한길을 걷어야 하는 것은 물론 남다른 업무성과를 성취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자리다. 운도 따라야 하고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검사장은 한마디로 '검사 인생 종결자'이자 '대박 변호사 예약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2월과 8월, 인사시즌이 되면 검찰청 안팎은 누가 검사장의 자리에 새로 오를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언론들의 하마평도 무성하다.

언론의 하마평에 올라야 검사장 진급에 유리하다며 일부러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후보군’도 적지 않다. 차장검사에 진급하면 기자들 리스트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비결'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검사장 진급의 1순위라면 단연 서울중앙지검의 1, 2, 3, 4 차장검사와 서울시내 지검의 차장검사, 안양·안산·고양·성남 등 경기도내 각 지청장 들이다. 예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언제든 기자들의 전화를 반긴다. 겉으로는 점잖은 듯 하지만 내심의 표정은 많이 다르다. 

그러나 이들 중 절반 이상은 고배를 마시고 만다. 절치부심 다음 해를 기다려 보기도 하지만 첫 진급자가 나온지 만 2년여가 지나면 꿈을 포기를 해야 할 때가 된다. 매년 검사장 인사가 발표된 뒤, 고위직 검사들이 우수수 사표를 내는 것은 대부분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매년 검사장에 오르는 사람의 수는 기껏해야 10여명. 같은 기수 내에서도 10~12명 정도가 진급을 한다. 나머지는 20년을 훌쩍 넘긴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검찰을 떠나거나 ‘뒷방’이라 불리는 고등검찰청 검사로 물러나게 된다.

"나보다 3년 후배가 검사장이 되는데, 안되겠더라고. 고검 검사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지...이프로스(검찰 내부전산망)에 사직의 변을 올리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나더라구"

한때 유력한 검사장 후보였던 L변호사(57)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한다"며 사표 던지던 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검사장에 되면 많은 것이 바뀐다. 공식적으로 검사장은 중앙행정부처 실·국장급(1급)이다. 진짜 차관급은 고등검사장부터다. 하지만 암암리에 검사장을 차관급으로 대우한다.

법적 근거는 없다. 현행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 딱 두가지 뿐이다. 부장검사니 차장검사니, 검사장이니 모두 관행일 뿐 법률적으로는 검찰총장이 아니면 모두 그냥 검사다.

관행에 불과하지만 검사장에 대한 예우는 상당하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사장급에 대한 차관급 대우가 사라지만 상당부분 바뀌겠지만 현재까지는 관용차량과 운전기사, 80㎡ 규모의 사무실이 제공된다. 지방에서 근무하면 최대 150~200㎡규모의 관사도 제공된다. 공직자로서 재산등록도 해야 하고 급여수준 역시 차관급으로 훌쩍 올려 받게 된다.

서울에서야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지방에서는 상당한 위세가 된다. 검사장이 어디서 뭘 했다거나 어느 식당을 자주 간다는 정보는 지역사회에서 고급정보로 취급된다. 

전직 정보분야 경찰관은 "10년전만 해도 검사장이 어느 술집에 자주 간다는 정보 하나 제대로 물어오면 그해 인사고과는 따놓은 것이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검사장에 대한 대우가 이렇게 상향된 것은 법률상 차관급 예우를 받는 광역자치단체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라는 주장부터 지방법원장과의 서열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주장, 지방경찰청장보다 높은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등 다양한 견해가 있다.

이런 검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당장 검사가 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사법시험 시절에는 학력과 상관없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마치면 검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었지만 이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LEET(법학적성시험)을 치르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3년간의 수학과정을 거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겨우 검사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법무부에서 치르는 검사임용 시험에 응시해 합격하면 검사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다. 물론 법조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력검사 채용도 있지만 역시 상당기간의 활동 경력과 성과가 필요하다.

검사로서 10년 정도 경력을 쌓으면 부부장 검사가 된다. 검찰 내 인사수요에 따라 다르지만 부부장 검사가 된지 3~5년이 지나면 부장검사가 되고, 여기서 또 5년여가 지나면 차장검사, 차장검사로 3~5년이면 검사장에 오를 자격이 생긴다.

검사생활을 시작한지 22~25년차에 맞게 되는 영광이다. 로스쿨(혹은 사법시험)부터 계산하면 근 30년을 투자해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꿈의 자리’다

능력과 경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검사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능력과 경력 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야 한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사장에 오르지 못했다. 남들보다 먼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승승장구해 동기들보다 먼저 차장검사로 진급했지만 검사장에는 오르지 못했다.

우 전 수석은 사석에서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서운해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은 앞으로 더 귀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에 따라 56개에 달했던 검사장 직급은 44개로 줄었고,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현직 검사장들이 보임되던 법무부 실국장급에 일반직 공무원이 임명되기 시작하면 30개 수준으로까지 축소될 수도 있다.

대신 검사로서 평생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평생 검사제'가 점차 뿌리를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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