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카드 다시 꺼내든 정의당 “문재인 정부, 개혁 골든타임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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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19-10-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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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들과 ‘경제대개혁 5대 입법’ 발표

  • “촛불 염원 받들어…20대 국회 내 꼭 처리”

정의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등 정쟁으로 소외됐던 ‘재벌개혁’ 카드를 다시 꺼내들며 당 정체성 재확립에 나섰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2중대’ 등 당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다시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30일 국회에서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넷과 공동주최로 정책간담회를 열고 ‘경제대개혁 5대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촛불로 세운 정권 아래에서 과연 경제민주화·노동존중 사회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국민들은 묻고 있다”면서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가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그 결과 ‘경제민주화’라는 단어 자체가 실종됐다”면서 “촛불의 염원을 받들기 위해 경제대개혁 5대 입법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갈 생각”이라고 했다.

심 대표는 31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대표연설에 이 같은 내용을 일부 담아 발표할 예정이다.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지탄을 받고 있지만, 선거제·검찰 개혁 더불어 이 5개 법안 만이라도 국회에서 통과한다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시민단체와 함께 ‘민생노트’에 민생법안 붙이기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민생노트란 ‘정의당이 찍으면 반드시 통과한다’는 의미로 ‘정의당이 찍으면 무조건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에서 착안한 것이다.

민생노트에 오른 법안은 △유통산업발전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가맹사업·대리점법 △소비자집단소송법 등이다.

우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유통재벌 진출 규제, 서비스노동자 건강·휴식권 보호, 지역상인 상생 방안 등이 담겼다.

현재 대형마트의 경우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 일정 부분 제한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복합쇼핑몰은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실제 이마트, 스타필드, 롯데마트 등 복합쇼핑몰이 입점업체에 사실상 365일 영업을 강제해 서비스 노동자들의 휴식권과 노동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모든 대형유통매장에 의무휴업을 도입해 현행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을 ‘월 4회’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입점 단계 때부터 대규모 점포는 원칙적으로 상업지역에만 출점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정의당과 시민단체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재벌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된 일감 몰아주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넷 정책위원장(변호사)은 “재벌 총수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계열사를 키운 다음 지주회사로 만들어 경영권 승계를 한다”며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원 포인트’로 통과시키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 14개 관련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에 정의당은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규제대상 계열회사 지분요건 강화하고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가 직접 소유회사를 넘어 간접 지배한 회사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정의당은 가맹본사의 ‘갑질’에 속수무책인 가맹점주의 권리 향상을 위한 가맹사업·대리점법 개정안 통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심상정·추혜선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대리점거래 개정안이 정무위서 계류 중인 상황이다. 해당 법안에는 △대리점 단체 구성권 및 교섭권 조항 신설 △가맹점주단체의 집단적 대응권 강화 △특별한 사유에만 계약해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의당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보의 불균형 속에 불안정한 지위에 놓인 가맹·대리점주의 대항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 노동자성 인정, 사용자책임 확대, 노동권 보장 등을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안도 정의당이 주목하는 법안이다.

현재 대리운전, 간병인, 보험설계자, 퀵서비스, 재택집배원, 화물운송, 굴삭기, 덤프, 학습지 교사 등은 ‘특수고용’이란 이유로 노동3권을 비롯한 4대 보험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의당은 노조법 제2조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근로자 개념에 ‘특수·간접고용노동자·실업자·구직자’를 포함해 노동 4권, 4대 보험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밖에 ‘소비자 집단소송법’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돈침대·발암 생리대·BMW화재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국민적 입법 요구가 높은 법안이다.

과거 다수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취지로 집단소송제 도입됐지만, 그동안은 증권 분야에만 그쳤다. 이마저도 복잡한 소송절차와 과도한 소송비용으로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소송의 범위를 기업의 제조·광고·담합·판매·소비자 분야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소송이 이뤄지더라도 피고 측에서 즉시항고 또는 재항고 신청으로 소송이 무려 7~8년까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소를 취하하거나 조정이 되는 경우가 태반이라 실제 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의당은 “즉시항고 결정을 6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즉시항고가 제기되더라도 본안심리를 계속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주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공정경제팀 간사(변호사)는 “소비자 집단소송법은 피해 발생 시 소비자들이 직접 자기 권리를 행사해 피해를 일으킨 대기업 등에 직접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집단소송법은 법무부에서 만들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중요한 법안으로 다루고 이어 충분히 입법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앞줄 오른쪽 세번째)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넷 경제대개혁 5대 입법 선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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