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선택한 권용원 금투협회장··· 업무 공백 우려 덜었으나 '가시밭길' 전망

경영 공백 우려한 이사진 권고에 회장직 유지

업계 이미지 실추시켰다는 비판 불가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기로 했다. 권 회장은 이사회 결정을 거치며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향후 행보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경영 공백 등 우려로 회장직 수행 결정··· "낮은 자세로 다가가겠다"

30일 권 회장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숙고 끝에 남은 임기까지 협회장으로서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권 회장은 “오늘 열린 이사회에서 저의 거취에 대해 가감없는 토론이 나왔다”며 “협회와 금투업계가 가야하는 방향으로 열심히 하라는 권고와 함께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어선 안된다는 부탁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개인적 사유만으로 저의 거취를 결정하기엔 회장에게 부여된 임무와 권한이 너무 크고, 경영 공백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현재 진행되는 상황들을 마무리하는 것이 보다 책임감 있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저를 포함한 협회 내부 문제점을 개혁하려는 노력을 하겠다”며 “갑질로 지적될 수 있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 시행하고 운전기사나 임직원의 근무시간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권 회장은 비판은 달게 받아들이고 오는 12월까지 대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관 업무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는 “낮은 자세로 끝까지 다가가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운전기사나 임직원에 대한 폭언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해당한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선 “관련 법에 저촉된다면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기자실에서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무 공백 우려 해소··· 업계 이미지 실추 등 비판은 불가피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오전 8시 서울 강남에 위치한 팔래스 호텔에서 권 회장의 거취를 논의하는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금투협 이사진은 증권사 대표와 금투협 임원진으로 이뤄진 업계 인사 6인과 외부 의견을 대변하는 공익이사 6인으로 구성돼 있다.

권 회장은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의 의견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 권 회장의 거취에 대한 이사들의 의견은 일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사회에 앞서 지난 21일 열렸던 증권사 사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대부분의 인사들이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사건이 회장직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권 회장의 거취 문제가 해결되며 금투협이 그간 추진해 온 자본시장 관련 입법 과제들도 동력을 잃지 않게 됐다. 권 회장은 지난 7월 기자 간담회에서 자본시장과 관련된 14개 과제를 제시하며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증권거래세 인하 등 금투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 진척에 공로가 있는 만큼 회장직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공직과 민간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사퇴 후 업무 공백을 우려하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 이후 권 회장의 행보에도 일정 부분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산업 발전과 회원사 이익 증진을 위해 필요한 대관 업무에 있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물론 입법기관과도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회장직의 특성상 '갑질' 이미지는 치명적일 수 있다.

업계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로 업권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갑질' 논란을 빚은 권 회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갑질 논란' 이후 수면 위로 부상한 협회의 내부 갈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탄핵 위기에 몰린 노조위원장이 녹취록을 흘렸다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사측이 노조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증권, 보험, 카드 업종이 모인 산별노조인 전국사무금융노조는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권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즉시 사퇴하지 않을 경우 모든 법적 수단과 아울러 권 회장 퇴진을 위한 금융노동자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 회장의 입장 발표와 관련해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현재 대응을 논의 중이며 차후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