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아트토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해 연평균 100% 이상의 고속 성장을 거듭 중인 기업이 있다.
개성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담은 피규어 제품, 개봉 전까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 방식의 마케팅 전략으로 중국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의 취향 저격에 성공한 팝마트다.
올해 32세의 왕닝(王寧) 팝마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등 해외 시장 진출과 선진 증시 상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우리는 IP 매니지먼트 기업"
31일 베이징 포스코센터 내 사무실에서 만난 왕 CEO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팝마트가 단순한 피규어 제작 업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식재산권(IP)을 개발·수집한 뒤 이를 상품화해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전속·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예술가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3D 피규어를 제작해 유통·판매하는 방식이다. 팝마트의 피규어를 아트토이로 부르는 이유다.
일본 피규어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던 왕 CEO는 2016년 홍콩의 아티스트인 케니 웡이 디자인한 아트토이 '몰리(Molly)'를 처음 론칭했다.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몰리 피규어는 지난해에만 400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의 소비 성향을 꿰뚫어 본 결과다.
왕 CEO는 "중국의 젊은층이 구매력을 갖춘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피규어 등 기존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이들은 소장품의 예술적 가치와 디자인 등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상자를 열기 전까지 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 알 수 없도록 한 블라인드 박스 방식의 마케팅 전략이다.
예컨대 몰리 피규어를 구매했더라도 정확히 어떤 디자인의 제품인지는 모르는 구조다. 당연히 재구매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선호하는 피규어를 손에 넣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피규어 한 개의 평균 가격은 59위안(약 9700원), 12개 들이 한 박스의 가격은 708위안(약 11만7000원) 수준이다.
팝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한 명이 평균 20개 정도 구매하고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각자의 피규어를 사고 파는 중고 시장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전했다.
인기 피규어의 복제품 유통 가능성을 묻자 "소장 가치 때문에 굳이 복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며 "복제품이 쫓아올 수 없을 정도의 품질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시장 본격 진출, 내년 상장 준비
2010년 설립된 팝마트는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17년 1억8000만 위안(약 297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억6000만 위안(약 264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알리바바 티몰에 상륙한 팝마트는 지난해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때 2700만 위안(약 44억6000만원)의 매출로 피규어·프라모델 등 모형 완구 분야 1위에 올랐다.
왕 CEO는 "올해 광군제의 경우 매출을 3배 정도 끌어올려 전체 완구 분야 1위에 도전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팝마트는 현재 120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620대의 로보숍(자판기)을 운영 중이다.
왕 CEO는 "내년에는 오프라인 매장과 로보숍을 각각 200개와 150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99% 직영으로 운영하는 게 방침이라 적절한 속도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5% 남짓에 불과한 해외 비중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특히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다.
팝마트는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3대의 로보숍 운영에 나선 데 이어 올해 7월 한 ·중 합작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알리바바의 해외 전용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한 제품 판매도 시작했다. 내년에는 오프라인 매장 1호점이 문을 연다.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기업공개(IPO) 절차도 진행 중이다. 내년 중 미국이나 홍콩 증시 상장이 목표다.
왕 CEO는 인터뷰 말미에 베이징과 서울 간 직선거리가 얼마쯤 되는지 물었다.
대략 955㎞라고 답하자 "연간 판매되는 우리 피규어 제품을 이어 놓으면 베이징과 서울을 왕복할 정도의 거리가 될 것"이라며 웃은 뒤 "한국과의 합작 수준을 높이고 한국 소비자들이 팝마트 제품을 체험할 기회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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