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시위 격화로 인한 내부 혼란을 이유로, 11월 APEC과 12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개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칠레의 급작스러운 통보로 세계 정치 일정, 특히 미·중 무역협상이 큰 영향을 받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16∼17일 예정된 APEC 정상회의 중에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대한 최종 서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미·중 무역합의 서명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미국 백악관이 기존 시간표대로 1단계 합의 서명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 머잖아 서명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같은 '시간 프레임' 내에 중국과의 역사적인 1단계 합의를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칠레에서 APEC 정상회의는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준비된 제2의 (APEC 정상회의) 후보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 우리는 다른 장소와 관련한 잠재적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장소' 언급은 APEC 정상회의 장소나 일정 재조정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합의 서명 대체지로 중국 마카오가 언급되고 있다. 폭스뉴스의 에드워드 로렌스 기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APEC 정상회의 취소 소식을 전하며 "중국이 이미 마카오를 대안으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이 마카오를 APEC 정상회의 대체지로 제안한 건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무역협정 서명 장소로 제시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로렌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칠레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길 바랐다"며 "합의문은 아직도 작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정보 매체 포렉스라이브도 로렌스 기자의 보도를 인용,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위해 칠레 대신 마카오로 와달라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미·중 무역합의는 사실상 다시 안갯속으로 접어든 상태다.
CNBC는 칠레의 APEC 개최 포기로 미중 정상이 1단계 무역합의에 언제 서명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미·중이 APEC과 관계없이 별도의 정상회담을 통해 1단계 합의에 서명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정상회담 장소는 협상 주도권 싸움과도 연계될 수 있어 미·중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텐 슬로크는 블룸버그에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리가 '2단계 또는 3단계 합의'를 보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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