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상하이 시찰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황푸강변에서 만난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지난달 31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의 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절대 권력이 재확인됐다.
그의 첫 10년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는 정치·경제·사회적 측면에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부분적 합의를 시도하는 선에서 지리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며, 홍콩 시위 사태의 경우 더욱 강압적인 진입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4중전회 직후 상하이 시찰에 나선 시 주석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자신감을 내비쳤다.
◆習 '1인 체제' 확인에 미소
이번 4중전회에서는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공산당의 영도 체제에 절대적 권위를 부여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권력구조 개편이나 후계자 등장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또 중국 국가 제도와 통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미국 등 서방의 견제에도 "내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4중전회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둔 시 주석은 중국의 경제 심장인 상하이로 이동해 현지 시찰과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 개막 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상하이 황푸강변의 공공시설과 시내의 한 시민센터를 방문했다.
시민들과 만난 시 주석은 "인민 도시는 인민을 위한 것"이라며 "도시는 주민들이 일하고 거주하기에 적합한 낙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이 공개한 시찰 사진 13장 중 10장에서 시 주석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아이를 안거나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적극적인 접촉이 부각됐다.
4중전회를 통해 리더십 위기설을 불식한 데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방 확대 속 무역합의 주력
시 주석은 오는 5일 상하이에서 개막하는 국제수입박람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서비스·금융 분야의 개방 확대, 미국산 농산물 등의 수입 확대, 중국 내 외국 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 등을 재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화 제스처로 취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중국 사법부와 상무부 등은 이날부터 외국인투자법(外商投資法) 시행규칙 초안을 공개하고 다음달 1일까지 의견 수렴을 진행하기로 했다.
초안에는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 제도, 외국 투자자 및 기업에 대한 강제적 기술 이전 금지, 행정기관의 외국 기업 비밀 엄수 등이 담겼다.
다만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이날 관영 경제일보 산하 웨이보 계정인 '타오란비지(陶然筆記)'는 지난 1일 미·중 무역협상 대표 간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전하며 "중국이 관심을 갖는 3가지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가지 문제는 △관세의 전면적 철회 △합리적 구매 규모 △합의 문건의 형평성으로, 특히 그 중에서도 관세 철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못박았다.
미·중 무역협상 합의가 시급하지만, 관세 부과 유예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1단계 합의에 이르더라도 향후 지난한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홍콩 압박 강도 높아질 듯
중국은 4중전회에서 홍콩 특별행정구의 안보 수호를 위한 법률 제도 및 집행 기제 설립을 의결했다.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 때는 전면적 통제권 행사도 거론됐다.
선춘야오(沈春耀) 전국인민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원회 주임은 "홍콩 행정장관과 주요 관원에 대한 임면 체제를 개선하고 헌법과 기본법이 중앙정부에 부여한 각종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홍콩 시위 사태를 진화하기 위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경고다. 홍콩 고위직 임명에 더욱 직접적으로 관여하거나, 2003년 무산된 바 있는 국가보안법 제정을 재추진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특히 전날 홍콩 시위대가 신화통신 아시아태평양 지사 건물을 훼손하면서 중국이 홍콩 사태에 개입할 명분을 하나 더 얹어줬다.
시위대가 신화통신 건물 입구 유리를 부수고 로비에 불을 지른 데 대해 대부분의 중국 관영 매체는 야만적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4중전회를 통해 시진핑 리더십의 건재함이 확인된 만큼 주요 사안에 대한 대응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미·중 무역전쟁은 적절한 타협, 홍콩 사태는 강경 대응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2일 오후 5시경 홍콩 시위대는 완차이에 위치한 신화통신 홍콩사무소를 습격해 출입구와 창문을 부수고 붉은색 잉크를 뿌린 뒤 로비에 불을 질렀다. [사진=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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