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 이슈로 뜨거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부촌의 명성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가득하다.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건폐율이 워낙 높아 '건물이 다다다닥 붙은 닭장같은 아파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닭장 같은 아파트 동간거리 9미터 못박은 서울시 갑질행정을 시정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한남뉴타운의 설계 가이드라인은 박원순 시장 주도하에 공공건축가를 통해 설계 디자인한 안으로 촉진계획과 사업승인이 나서 시공사 선정 단계에 와있다"며 "문제는 서울시가 공공건축가들을 통해 만든 아파트 배치와 용적률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바라는 건 최소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동간거리를 다른 아파트들의 평균이라도 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공공건축가 입장이 아닌 실제 거주민의 입장에서 해결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돼, 관리자가 검토중인 청원'으로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게시판에 공개되기 위해서는 100명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며 관리자 검토를 거쳐 최종 게시판에 등장하게 된다.
다만, 검토기간에도 청원에는 참여가 가능해, 해당 청원 참여자는 4일 오전 기준으로 431명이 동의 중이다. 게시판에 공개되면 청원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남3구역 등 한남뉴타운의 동간거리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남3구역의 건폐율은 42.09%로 통상적인 아파트 건폐율에 비해서 상당히 높다. 건폐율이란 건축물 바닥면적을 토지 면적으로 나눈 비율로, 이 비율이 높으면 동간거리가 좁아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을 수밖에 없다. 사생활 보호 등 단점이 상당해 부촌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건폐율은 보통 20% 안팎이다. 서울 최대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건폐율만해도 약 19%이다. 고가 아파트로 유명한 삼성동 ‘아이파크삼성’의 건폐율은 9% 수준이다.
이렇듯 한남3구역의 건폐율이 높은 것은 서울시의 높이 규제 때문이다. 한남3구역은 서울시의 한강변 층수 규제(25층 이하)를 받는 데다 남산경관 훼손 최소화를 위한 조망 확보 등을 위해 최고 층수가 기존 29층에서 22층 이하로, 최고 높이는 해발 118m에서 90m로 낮아졌다. 내려간 높이만큼의 집을 짓기 위해선 아파트 동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남2구역 등 여타 구역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시는 한남2구역에 대해서도 건축물 높이를 해발 90m 이하로 제한했다. 아파트 최고 층수는 15층에서 14층으로 낮아졌고 1블록과 2블록은 10층 이하, 3블록은 14층 이하로 결정됐다.
한남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 최대 부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당하지만, 높은 건폐율로 인해 닭장이 돼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며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휘황찬란한 특화설계를 제시했으나 서울시의 규제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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