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학창시절 선생님은 어떠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호통을 치는 호랑이 같은 선생님, 친한 친구, 아는 언니 오빠처럼 편한 선생님, 푸근한 선생님 등 다양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면서 또 다른 유형의 선생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 ‘유튜브 하는 선생님’이다.
과연 유튜브를 하는 선생님들의 일상은 어떨까? 어떠한 생각들을 가지며 일에 임하고 있을까?
이번 인터뷰는 랩 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잘 알려져 있는 달지(이현지)의 인터뷰이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랩을 하고 나서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사실 굉장히 놀랐던 부분이에요. 사실 유튜브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것보다는, 아이들 손에 이끌려서 하게 됐는데 제 생각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유튜브를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영상 하나 올려놓은 것뿐인데 ‘저 선생님 유튜버래’라고 말하면서 엄청나게 관심을 가져줬고, 채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유튜브에 대한 얘기를 굉장히 많이 나눴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의견도 많이 반영했어요.
사실 아이들과 친해지는 게 선생님의 가장 큰 숙제예요.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교육적인 지도들이 효과적으로 반영이 될테니까요. 저는 유튜브가 그런 부분들을 많이 해결해주지 않았나 싶어요.
Q. 올해 학교를 옮기셨는데 아이들이나 다른 선생님들이 알아보던가요?
A. 고학년 아이들은 많이 알아보고 저학년 아이들은 “언니, 오빠가 그렇대요.” 라고 얘기를 해요. 선생님들 중에서도 또래선생님들이 많이 아시더라고요.
부장님이나 연세가 있으신 선생님들 중에서는 뉴스 같은 것에서 접하신 분들도 꽤 계셨고 생각보다 많이 알고 계셔서 놀랐어요. 걱정도 좀 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미디어에 비춰지는 모습은 일부니까, 실제 성격과의 괴리감을 느끼지는 안않을까 걱정을 했었어요.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지금은 적응을 잘 하고 있어요.
Q. 달지가 아닌 초등학생의 이현지는 어떠한 학생이었나요?
A. 사실 그 시기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장 많이 만들어줬던 때예요. 그리고 옛날에는 소극적인 성격이면서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었는데 그 무렵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서 성격이 많이 변한 거 같아요.
진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준 선생님도 계셨고 진지하게 조언을 많이 해주셨던 분도 계셨고. 그런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제가 많이 변했음을 느꼈고 ‘나도 이렇게 누군가를 변화해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많이 했어요. 사실 어릴 때는 누구나 선생님을 꿈꾸는데 저한테는 그게 좀 더 크게 와닿았던 거 같아요.
Q. 가수의 노래들을 랩으로 바꾸고 나서 보내본 적이 있나요?
A. 그런 적은 없어요. 사실 저는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에요. 부끄러움도 많고요. 또 저는 취미생이고 그들의 전문성에 미치지 못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 음악을 하시는 분들을 만났을 때 적극적으로 어필을 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움이 있는 거 같아요.
Q. 학교 일과 중 랩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 생기게 될 경우 어떻게 하시나요?
A. 당연히 무조건 학교가 우선이죠. 처음에 이 음악을 시작할 때 다짐했던 부분이 있어요. 사실 끌려가기 쉽잖아요.
유튜브 자체도 숫자에 신경 쓰게 되고 그걸로 돈 욕심을 부리면 끝도 없을 거 같고. 그래서 절대로 경제적으로 유튜브를 의존하지 않겠다는 것과 교육적인 부분과 예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교육적인 부분을 택해야 된다는 것을 지키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Q. 학교나 교육청 같은 곳에서는 랩 활동을 많이 허용해주는 편인가요?
A.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작년에는 유튜버라고 하면 ‘관종’이나 ‘돈에 혈안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예전에 유튜브를 시작했던 분들은 안좋은 시선에 더욱 강하게 부딪히셨던 것 같아요.
저는 과도기에 시작을 했는데 다행히도 지금 유튜버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저에 대한 인식 또한 많이 개선된 거 같아요.
Q. 수업 중에도 유튜브를 많이 활용하시나요?
A. 그걸 시도해보려고 선생님들과 연구회나 연수회 같은 걸 하면서 고민하는 중이에요. 활용방안이 굉장히 많거든요. 유튜브라는 것 자체가 아이들이 관심이 많기 때문에 수업 도구로 적용했을 때 학생들의 태도나 수업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연구하면서 시도해보고 있어요.
Q. 선생님의 영상을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데 찍어주는 사람이 있나요? 처음에 영상을 촬영할 때 떨리거나 하지 않았나요?
A. 혼자 찍었어요.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찍기 시작한 게 아니라 이걸 연습해서 같이 버스킹하는 팀원들에게 공유하려고 찍은 거였으니까요. 그러니까 잘 보여야 될 필요없이 찍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둘 수 있었기 때문에 영상 촬영은 부담감 없이 시작할 수 있었어요.
Q. 큰 인기를 얻게 된 게 언제부터인가요?
A. 3년차(2017년)에 누군가가 직업을 가지고 회의감을 갖기 시작하는 때인데 그때쯤에 힘들어서 취미생활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직장인 음악모임에 가서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랑 버스킹을 시작하게 됐어요.
연습영상을 찍으려고 하는데 혼자 찍을 공간이 없다 보니까 교실에서 작업을 하게 됐고.. 그렇게 연결이 됐어요. 그리고 작년 2018년에 아이들이 또 보여달라고 해서 ‘시차'라는 랩을 커버한 영상을 찍었는데 그게 페이스북을 통해서 큰 화제가 됐죠.
Q. 옛날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격려도 해주시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먼저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선생님의 경우는 어떤 스타일이신가요?
A. 연수를 다니면서도 같은 얘기를 많이 해요. 옛날에는 성공을 하려면 이런 길이 제일 빠른 길이고 그렇게 해야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게 뚜렷하게 보이는 시대였다면, 요즘에는 그렇지 않아요.
인식이 바뀐 게 아니라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진짜 그렇잖아요. 좋은 대학에 가야 돈 잘버는 회사에 취직할 수 있다는 게 보장되어 있지도 않고요.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 무엇인지를 잘 찾아내는 사람이 성공해요. 정해진 길을 잘 찾아서 가는 사람보다요. 그래서 교육계에서도 그런 교육을 하려고 많이 애쓰고 있죠.
Q. 수업 중 아이들이 랩을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나요?
A. 보통 그러면 영상을 많이 틀어줘요. 그러면 “선생님 저거 라이브로 불러주세요”라고 하는데 졸업 시즌에는 깜짝이벤트로 공연을 해주는데 생각보다 교실에서 하는 공연이 민망해요. (웃음)
Q. 최근 교사의 유튜버 겸직이 허용된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사실 기존에 있던 법을 어떻게 해석할건지에 대한 입장을 경기도 교육청이 발표를 한 거예요. 새로 법이 탄생하거나 뭔가가 바뀐게 아니라 말 그대로 입장이 발표된 거예요.
원래 안 됐던 게 아니라 원래 됐던 것들인데 뚜렷하게 누군가가 “그거 되는 거 맞아”라고 뚜렷한 답변을 안줬을 뿐이지, 사실 처음부터 안 된다는 답변도 없었던 거예요. 그래도 의미는 크잖아요. 공공기관에서 그런 입장을 냈다는 게. 그래서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학생들에게 어떠한 기억으로 남아주었으면 하시나요?
A. 제가 어릴 때 선생님을 보고 ‘참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이런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왜냐면 제가 어른이 되고 선생님이 되고 나서도 뭔가 고민되는 상황이 오고 뭔가를 결정해야 될 때 그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결정했을까를 떠올리면서 행동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나중에 그런 상황을 만났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제자나 다른 학생들이 랩을 하는 달지 쌤을 롤모델로 삼고 래퍼 혹은 교사의 꿈을 가진다면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일단은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어떠한 직업을 보고 깊게 파헤쳤을 때 막상 생각과는 다른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선생님 같은 경우도 제 영상만을 보고 혹은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들만 보고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하더라도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실제적인 일들은 생각과 많이 다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유튜브에 직업에 대한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많이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Q. 달지가 아닌 선생님으로서의 이현지 사람으로서의 이현지 래퍼로서의 달지는 어떠한 사람 인가요?
A. 사람으로서는 되게 다르게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엄청 털털한 편이거든요. 사실 유튜브로 봤을 때는 굉장히 따뜻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실제로는 교실에서 절대로 아이들에게 따뜻한 얘기들을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에서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더 위로해주고 좀 더 따뜻한 얘기들을. 그래서 이렇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도구가 저한테 있다는 게 감사하고, 그래서 더 없어서는 안되는 모습이기도 하죠. 음악 속의, 혹은 영상 속의 제가.
Q. 반대로 달지쌤의 롤모델이나 멘토가 있으신가요?
A. 많죠. 일단 저희 어머니요. 항상 멋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시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어릴 때 만났던 선생님들이요. 내가 학생이었을 때 어떤 선생님이 나한테 가장 좋은 영향을 줬는지를 떠올려 보면 정말 엄하지만 진심이 느껴졌던 선생님, 무섭긴 한데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달되게 하셨던 분들이 계시잖아요.
나도 아이들에게 이런 걸 많이 티내야겠다,라는 생각.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대한다는 걸 느껴지는 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는 크잖아요. 그런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음악도 그렇게 만들게 된 것 같고요.
Q. 마지막으로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학생 때는 많이 혼란스러울 거 같아요.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많이 혼란스럽고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는지도 많이 혼란스럽고. 그런데 학생 때는 그걸 정답으로 내릴 수 없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거든요. 그래서 정답을 내리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끊임없이 본인을 들여다 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진짜 어떤 걸 할 때 행복한지,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오래오래 고민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생 때 드는 고민과 어려움은 언제까지고 평생을 괴롭힐 문제는 아니니까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더 믿고 조금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