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중국의 새로운 역린(逆鱗) 홍콩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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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9-11-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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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





11월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과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천명하였다. 미국의 보복으로 인한 수출 감소와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관세를 인하하고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예외 없는 법칙이 없듯이, 이 정책기조에 해당되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다. 시 주석은 그 전날 경질설에 시달리던 캐리 람 홍콩특별행정구 장관을 만나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명하였다. 이로써 중국 정부가 적어도 당분간 일국양제(一国两制)를 훼손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홍콩 시위가 중국의 새로운 역린(逆鱗)이 되었다는 사실은 지난 10월 4일 홍콩에서 1만3410㎞ 떨어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이미 감지되었다. 휴스턴 로켓의 대릴 모레이 단장이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공개한 지 불과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중국 네티즌들이 모레이 단장은 물론 휴스턴 로켓을 대대적으로 비판하였다. 8일 아담 실버 미국농구협회(NBA) 총재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레이 단장에 대한 공식적인 처벌은 물론 사과도 거부한 이후, 중국 내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CCTV를 포함한 관영매체는 물론 텐센트와 같은 민간기업들까지 모레이 단장의 해고는 물론 휴스턴 로켓과 NBA에 전면적인 사과를 압박하면서, 예정된 TV 중계와 시범경기를 취소하였다. 동시에 중국 내 휴스턴 로켓 및 NBA의 공식 후원사들이 계약을 중단하거나 연장을 거부했다.

모레이 단장의 트위터 메시지에 중국이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반발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중국의 입장에서 홍콩 시위는 국제문제가 아니라 국내문제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홍콩 시위에 간섭하는 것을 주권 침해로 간주한다. ‘중국의 NBA팀’으로 불리는 휴스턴 로겟의 높은 인기도 비판 여론을 악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농구선수이자 현 중국농구협회장 야오밍을 2002년 드래프트 전체 1 순위로 지명했던 휴스턴 로켓은 12개 중국 기업의 후원을 받았다. 또한 중국 농구팬의 입장에서 전체 수익의 10∼20%를 기여하는 중국에 대한 NBA의 비판은 배은망덕에 다름아니다. 마크 테이텀 부총재에 따르면, 중국의 시장가치는 2018년 40억 달러에 달했다. NBA는 중국 최대 IT기업인 텐센트와 5년간 15억 달러 규모의 NBA 경기 스트리밍 중계권 계약을 7월 29일에 체결한 바 있다.

일사불란하게 대응을 한 중국과 달리 미국의 반응은 양분되어 있다. 휴스턴 로켓 주장인 제임스 하든은 7일 “우리는 중국을 사랑한다”는 사과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NBA 최고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도 모레이 단장이 잘못된 정보로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고 지적하였다. 역대 최고의 3점 슈터인 스테판 커리도 현지 상황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중국에 대한 비판을 유보하였다.
반면 미국 정치권에서는 NBA가 중국 자본에 굴복했다고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9일 평소 인종차별을 비롯한 사회문제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해온 NBA 감독들이 홍콩의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주장하였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앞장선 진보좌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데즈 하원의원은 보수강경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과 함께 중국 내에서 NBA 활동을 금지하라는 공개서한을 발표하였다. 19일에는 홍콩 시위대와 같이 검정색 마스크와 셔츠를 입은 수십 명의 관중이 알리바바 그룹 부회장 차이충신이 구단주로 있는 브루클린 네츠 경기장에서 ‘돈으로 침묵을 강요할 수 없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치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NBA는 중국농구협회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NBA는 중국 농구팬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화면과 음성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휴스턴 로켓 경기를 더 이상 중계하지 않는 데 동의하였다. NBA의 고분고분한 태도에 대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5일 “중국 공산당의 편에서 언론의 자유에 침묵하는 NBA가 권위주의 체제 소유의 자회사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그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디자이너가 개발한 신발을 중국 매장에서 철수함으로써 중국 자본에게 사회적 양심을 팔았다고 나이키까지 맹비난했다.

사실 중국의 길들이기에 순응한 기업은 NBA와 나이키뿐만 아니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최대 IT 기업인 애플은 홍콩시위대가 많이 이용하는 앱이 인민일보에 보도된 직후 앱스토어에서 바로 삭제했다. 의류 신발 제조업체 반스도 홍콩 시위가 연상되는 신발디자인을 디자인경연대회에서 제외했다. 세계최대 게임업체인 블리바드는 인터뷰에서 방독면을 착용하고 홍콩 시위대의 구호를 외친 홍콩 출신 프로게이머 블리츠청(Blitzchung)에게 출전 정지 1년과 상금 전액 몰수라는 유례없는 중징계를 내렸다.

미국 전체 인구(3억3000만명)보다 훨씬 더 많은 중국 농구팬(약 5억명)의 압박에 NBA가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이 이렇게까지 알아서 기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쉽게 이해된다. 그동안 큰 인기를 누려왔던 애플조차 무역전쟁 이후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생산라인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면서 중국시장 점유율 하락을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역린을 건드린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퇴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 기업은 사드 사태 이후 이와 유사한 경험을 이미 겪은 바 있다. 2년이 지난 후에도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는 사실을 볼 때, 중국의 역린을 건드린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는 무역전쟁의 종식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 하락과 무역전쟁보다 더 큰 정치적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은 홍콩 시위의 여파에 계속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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