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부실 위험…서민금융이 '서민 부도'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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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19-1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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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독려에 저축은행 개발 상품 대출 지난해 2배 급증

  • 연체 가능성 높은 다중채무자 몰려…부실 뇌관될 듯

서민금융 정책에 금이 가고 있다. 정부가 포용금융의 일환으로 금리단층 해소를 위한 중금리대출 확대에 나섰지만, 다중채무자에게 공급이 쏠리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이 오히려 서민경제의 부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취급된 중금리대출은 5조9935억원으로 전년(3조7378억원) 대비 60.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보증하는 정책상품을 제외한 민간 금융사의 자체 중금리대출 총액은 같은 기간 2조7812억원에서 4조1594억원으로 49.6% 늘었다.

중금리대출은 중금리 구간(연 5~20%)의 대출 공급이 부족해 나타난 금리 단층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판매를 독려하는 상품이다. 중신용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민간 중금리대출 증가율은 저축은행에서 도드라졌다. 저축은행은 자체 개발한 중금리상품을 지난 한해 동안 1조7974억원 공급했는데, 이는 전년(8905억원) 대비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은행(-19.6%), 여신전문금융사(43.5%), 상호금융사(-17.8%) 등의 증가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중금리대출이 저축은행 등에서 확대 공급된 것은 정부가 이들 업권에만 '특혜'를 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막는 대출 총량규제를 시행하면서도, 저축은행 업권 등에 대해서는 중금리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은행과 상호금융권 등에서는 굳이 중금리대출을 취급할 유인이 없었던 셈이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고객 중 상당수가 여러 곳에서 동시에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라는 점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중금리상품 중에서도 저축은행은 금리가 높은 편인데, 그럼에도 수요가 몰린 것은 연체 가능성이 큰 다중채무자가 많이 이용했다는 방증"이라며 "향후 경제가 더 나빠지면 부실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중금리대출 공급액이 증가 추세인데, 다중채무자 이용 비중이 늘어나면 부실 여파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중금리 공급액이 저축은행 전체의 총 자기자본(6월 말 기준 8조8440억원)을 넘어 수십조원 수준에 이르게 될 때 악영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의 누적 중금리대출 총액은 약 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소비자에게도 피해는 불가피하다. 다중채무자가 늘어날수록 저축은행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중금리상품의 대손비용을 현재 8% 수준으로 쌓고 있는데, 이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중금리상품의 금리는 유지되더라도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중금리상품을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도 일반 신용대출의 한도가 축소될 수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다중채무자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서도 "정부가 부실 가능성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서민을 위한 상품이 오히려 서민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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