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미술관은 내달 21일까지 윤석남 개인전 ‘벗들의 초상화를 그리다’를 열고 채색화 27점, 드로잉 50여점, 세 점의 설치 작품을 공개한다.
전시에서는 작가에 도움을 준 여성들을 그린 초상화와 자화상들을 대거 선보였다. 작가는 주로 설치 작업을 해왔으나 10년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윤두서의 자화상을 보고 나서 한국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7일 전시장에서 만난 윤 작가는 “윤두서의 자화상을 보고 모든 것이 멈추는 것 같았다”며 “지금까지 헛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후 한국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종이 위에 먹을 갈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한국화 작업이 생명력을 불어 넣고 그림과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며 “초상화를 그리면서 상대방의 삶을 꿰뚫어 보게 되는 것 같은 짜릿한 것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를 제대로 보게 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가사 도우미 박여사, 가수 한영애 등 작가에 도움을 준 여성들의 초상화 22점을 볼 수 있다. 한영애는 초창기 전시에 참여해 노래를 부른 후 친분을 유지해 왔다. 초상화 작업은 앞으로 지속할 예정이다. 작가는 남성은 왜 없느냐는 질문에 윤 작가는 “남성과는 크게 교류가 없어 그릴 사람이 딱히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마음이 불편해 표현이 안되고 경직돼 남자 모델은 써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작가는 가정주부로 지내다 40세가 넘어 뒤늦게 그림을 그리게 된 경우로 한국미술의 대모, 페미니스트로 불린다. 양성평등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 4월 정부 훈장을 받기도 했다.
작가는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일제 때 저항했던 여성 100인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라며 “실제로 할 수 있게 될지 몰라 함부로 얘기는 못하겠지만 1년간 조사를 우선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자화상이 더 늙어 보인다고 친구들이 불평을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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