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입박람회와 광군제(光棍節∙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통해 일주일 새 150조원 이상의 구매력을 입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 같은 후광을 등에 업고 유럽과 남미 순방길에 올랐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도 중국 경제의 건재를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과 전 세계를 향해 '차이나 머니' 파워를 드러내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박람회 계약 82조 돌파
11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5~10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를 통해 711억3000만 달러(약 82조5600억원)어치의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첫 행사 때보다 23% 증가한 수치다.
이번 박람회에는 181개국 38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 지난해 130개국 3000여개 기업에 비해 크게 확대된 규모다.
상하이 수입박람회는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뒤 중국이 막강한 구매력을 과시하기 위해 대놓고 기획한 이벤트다.
중국이라는 시장을 버리고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일종의 엄포다. 시 주석도 박람회 개막 연설에서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 시장은 거대하고 잠재력이 크다"며 "중국은 훨씬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의 참여가 확대된 게 놀랍다. 올해 박람회에 참가한 미국 기업은 192개로 전년(174)에 비해 늘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박람회 폐막 이튿날인 11일부터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능가하는 글로벌 쇼핑 시즌이 된 광군제가 시작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광군제가 시작되자마자 1시간여 만에 매출 1000억 위안(약 16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번 광군제 때는 알리바바의 쇼핑 플랫폼을 통해서만 20만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해 5억명 이상이 구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바바가 예측하는 광군제 전체 매출액은 2500억 위안(약 41조원) 이상이다. 여기에 징둥 등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의 매출까지 합치면 50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올해 수입박람회와 광군제 행사를 통해 중국은 광활한 내수 시장과 엄청난 구매 역량을 자랑했다.
수입박람회는 중국의 대외 구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창구다. 미국과 지난한 무역협상을 지속한 끝에 1단계 합의에 근접한 중국으로서는 경제적 건재함을 전 세계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광군제는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성장률 둔화에 따른 내수 위축을 우려하는 외부의 시각을 불식시킬 절호의 기회다.
중앙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탓인지 알리바바 등 주요 유통 기업들은 이번 광군제 때 각종 특가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했다.
◆習 구매력 입증 뒤 해외순방
상하이 수입박람회가 폐막한 당일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그리스와 브라질 순방길에 올랐다.
그리스에 도착한 시 주석은 "중국과 그리스는 오랜 우호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고대 문명국인 양국은 서로 다른 문명과의 교류와 공존을 촉진하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중국 기업이 지분 67%를 인수한 뒤 개발을 추진 중인 아테네 인근 피레우스항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를 심화하고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자신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성과를 강조하며 유럽 내 우군 확보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갈등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노력으로, 실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상하이 수입박람회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중하는 등 일정 수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 주석은 그리스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남미의 브라질로 이동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브라질은 미국산 농산물 및 원자재의 대체 공급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의 이번 순방은 다목적 행보"라며 "중국의 머니 파워를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과 전 세계를 향해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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