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를 최종 인수하게 되면 건설업에서 면세·레저에 이어 항공산업에도 진출하며 명실상부 종합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또한 국내 대기업 자산 순위 기준으로 현재 재계 33위인 HDC그룹은 이번에 자산 규모 11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재계 17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지주회사인 HDC그룹은 지난해 5월 현대산업개발을 지주회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하고 지난해 12월 지주회사 체제전환을 마무리하고 다각도로 사업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영창악기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점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114, 올해 8월에도 오크밸리를 인수해 HDC리조트를 출범시켰다. 부동산개발과 사회간접자본, 금융·투자,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중장기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강원 오크밸리 리조트, 파크하얏트 호텔, HDC신라면세점 등과 연계한 관광산업 전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미래 먹거리 창출, 그룹의 외형 확장을 위해 꾸준히 투자·인수 대상을 발굴해왔다"며 "아시아나의 운송 기능이 그룹이 추구하는 유통산업과 융복합 개발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 등과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HDC그룹의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그룹 외형상 '건설 기업'에서 '유통·물류 기업'으로 주력 업종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DC그룹의 총매출 약 6조5000억원 가운데 현대산업개발과 아이앤콘스 등 건설 사업 매출이 4조3000억원 정도다.
이번에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매출액은 총 7조원을 웃돌아 HDC의 주력 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은 물론 HDC그룹의 전체 매출보다 많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HDC그룹이 건설-항공의 양대 체제로 가겠지만 자연스럽게 그룹의 주력 산업이 건설에서 항공 쪽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경구 현대산업개발 경영지원본부장(CFO)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배경에 대해 "본업인 건설업보다 항공업의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다만 시장 일부에서는 인수금액으로 경쟁사보다 5000억원 더 많은 총 2조5000억원을 써낸 HDC현대산업개발의 자금력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 유동성을 1조5000억원 내외로 파악하고 있지만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온다.
인수 이후 과제도 적지 않다. 노선과 탑승석 개편으로 비용 절감에 속도를 냈던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성차입금은 1조7028억원에 이른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4210억원에 그친다. 총부채는 9조6000억원에 달하고, 올 3월부터 변경된 회계감사기준 적용으로 부채비율은 659.5%나 된다.
취약한 재무구조 개선과 비수익 노선 복구를 통한 노선 경쟁력 강화, 안전성 논란을 빚은 노후 기재도 교체해야 한다. 일본 불매 운동 이후 항공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률 하락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하락도 넘어야 할 산이다. 환율 및 유가 변동, 미-중 무역분쟁 등도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6월 말 기준으로 HDC그룹 총자산은 7조4000억원이고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19.7%, 25.4%에 불과하다. 소속 회사는 현산을 포함해 HDC아이앤콘스, HDC아이파크몰, HDC호텔아이파크 등 24개 계열사가 있다. 그룹은 올해 기업집단 순위에서 작년보다 13계단이나 오르며 성장세를 과시했다.
현산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조6000억원에 달하고 관리능력은 어느 기업보다 탁월하다"며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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