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차르(황제)' 주룽지(朱鎔基) 전 중국 총리의 아들인 주윈라이(朱雲來) 전 중국국제금융공사(中金, CICC) 전 회장이 과도한 통화 완화정책을 비판하면서 중국의 경제 구조개혁을 촉구했다고 홍콩 봉황망,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윈라이 전 회장은 전날 중국 경제잡지 재경(財經)이 주최한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과도한 통화 완화로는 전 세계 혹은 중국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중국 정부에겐 구조개혁을 과감히 추진할 용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 전 회장은 최근 글로벌 경제가 잠재적 경기침체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일부 선진국이 양적완화 재개를 선언하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도 경기 하방 압력을 막기 위해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주 전 회장은 그러면서 경기부양의 유혹은 중국이 경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맞닥뜨린 최대 도전이라고도 했다.
공격적 경기부양에 반대하는 주 전 회장의 주장은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많은 학자, 정책결정자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정책 자문역으로 일했던 황이핑은 경제성장 둔화를 방어하기 위한 '역주기 조절' 정책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과도한 통화완화로 '금융 좀비'를 생겨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 영향으로 중국은 심각한 경기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올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로, 분기별 성장률로는 27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6%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앞서 제시한 2020년까지 중국 국내총생산(GDP)를 2010년의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내년 최소 6.1%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하는만큼, 추가 경기부양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 인민은행도 약 3년 만에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0.05%포인트 인하하면서 미약하게나마 통화 완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시장은 중국 지도부가 내달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어떤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할 지 주목하고 있다. 매년 12월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이듬해 거시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경제회의다.
그의 아버지인 주룽지 역시 1998~2003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아래서 총리를 맡으며 '경제차르'로 불렸다. 주룽지가 당시 중국 지도부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국유기업의 체질 전환과 구조조정 개혁을 적극 밀어붙임으로써 중국은 2001년 성공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주룽지 전 총리에 대해 "중국을 자전거의 시대에서 자동차의 시대로 이끈 위대한 경제 개혁가인 덩샤오핑의의 지적 계승자"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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