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아직 경선 후보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지만 그의 등판 가능성을 두고 워싱턴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출마 수순...공식 발표는 아직"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12일(현지시간) 아칸소주 리틀록을 방문, 민주당 프라이머리 후보 등록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지난주에는 대리인을 통해 앨라배마주 프라이머리 후보 등록을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룸버그 측근들을 인용해 그가 며칠 내에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여전히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8년 대선부터 꾸준히 '대권 잠룡'으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끝내 나서지 않았다.
앨러배마와 아칸소는 모두 내년 '슈퍼 화요일'인 3월 3일에 프라이머리를 치른다. 슈퍼 화요일은 여러 주가 한꺼번에 당원대회와 예비선거를 치르는 날을 말한다.
현지 언론들은 블룸버그가 출마를 결심할 경우 아이오와나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경선을 일찍 치르는 4개 주를 건너뛰고 '슈퍼 화요일'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 안에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전략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민주당 경선 불확실성 고조
블룸버그가 올해 3월 대권 포기 선언을 뒤집고 출마를 다시 고려하게 된 건 민주당에서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강한 경제를 바탕으로 연임 도전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백악관을 탈환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날 공개된 몬머스대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경선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가장 먼저 경선을 치르는 아이오와에서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지지율 22%로 1위를 달성하는 이변을 만들어 낸 것. 아이오와는 민주당 경선이 가장 먼저 치러지는 곳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늠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바이든이 19%, 워런이 18%,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3% 지지율을 얻으며 뒤를 이었다.
관측통들은 블룸버그가 출마할 경우 민주당 중도파와 무당파 표심을 흡수해 바이든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워런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되려 민주당 지지층을 분산시키고 경선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어 민주당 대권주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계산은 블룸버그의 출마 선언을 단념시킬 수 있는 변수이기도 하다.
◆아직은 '찻잔 속 태풍'
미국 현지 언론과 유력 대선주자들은 블룸버그의 출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그는 아직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공개된 모닝컨설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지지율 4%로 6위에 그쳤다. 바이든이 31%로 1위였고, 샌더스가 20%, 워런이 18%였다.
민주당 후보 중 비호감 수치도 25%로 가장 높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가상대결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6%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재산 약 534억 달러(약 62조3000억원)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최고 부자 8위에 오른 블룸버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3선 뉴욕시장을 지낸 노련한 행정가라는 장점을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소득 불평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그의 재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샌더스와 워런은 그의 재력을 공격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샌더스는 블룸버그의 출마 검토를 두고 "억만장자의 오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워런은 "누구든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선거가 억만장자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돼선 안 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반면 월가에선 블룸버그를 반기는 분위기다. 부유세 부과 등 워런의 공약을 경제에 해롭다고 주장하던 헤지펀드 대부, 레온 쿠퍼맨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나는 마이클의 팬이다. 그가 정당만 바꾸지 않는다면 나는 그를 무조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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