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 대박 中알리바바...'물류제국' 야심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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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11-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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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유통 혁명 속 차이냐오에 잇단 투자…5년간 16조 투자계획

  • 中 주요 택배회사에 잇단 지분 투자…자가물류망 구축 '속도'

  • 물류업계 눈덩이 채무, 손실 부담도...차이냐오도 '밑빠진 독'?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쇼핑축제 '광군제(光棍節)'로 대박을 냈지만, 마무리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바로 '택배전쟁'이다.
 
지난 11월 11일 중국 최대 쇼핑 대목인 광군제 하루 동안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쇼핑몰에 주문된 상품 구매주문만 12억9200만건. 13억 중국인이 거의 1명 꼴로 물품을 1개씩 구매한 셈이다. 이 많은 주문량을 어떻게 하면 신속하게 배달하는 게 알리바바의 당면 과제다.
 

중국 최대 쇼핑행사인 광군제 당일인 11일 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택배 배달원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알리바바는 '국내 24시간, 해외 72시간 이내' 제품을 배달할 수 있는 '스마트 물류망' 구축을 목표로 삼고 산하 물류기업인 차이냐오를 적극 키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리바바의 자가 물류망 구축 움직임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 아마존에 빚대기도 했다.

사실 알리바바가 처음부터 자가 물류망을 구축하려 한 건 아니다. 2013년 차이냐오를 설립한 건 직접 택배 배달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국내외 물류 창고와 택배업체들을 한 데 모은 물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소비자가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차이냐오와 제휴한 외주 택배업체에 배송을 맡기는 방식이다. 알리바바가 중퉁(ZTO), 위안퉁(YTO) 등 중국 주요 택배회사, 인타이(소매업체), 푸싱그룹(부동산업체)과 공동 투자해 차이냐오를 설립한 이유다. 당시 알리바바는 차이냐오에 약 25억 위안(약 4000억원)남짓 투자했을 뿐이다. 2016년엔 중국 주요 택배회사와 함께 100억 위안을 더 투자했다.

알리바바가 달라진 건 '신유통(新零售)' 혁명을 외친 2017년부터다. 신유통은 온·오프라인의 벽을 허무는 소매와 스마트 물류를 융합한 새로운 소비 유통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서 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등 인터넷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상품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을 업그레이드해 기존 소매업계의 구조와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걸 의미한다.
 

차이냐오

신유통 혁명 속에서 알리바바는 '물류제국' 건설에 속도를 냈다. 2017년 차이냐오에 53억 위안을 추가로 투자하며 지분율을 기존의 47%에서 51%로 높였다. 차이냐오의 지분 과반 이상을 확보한 지배주주가 된 것.

당시 알리바바는 향후 5년간 차이냐오에 1000억 위안(약 16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이어 올해 광군제 행사를 앞둔 지난 8일엔 233억 위안을 추가로 투자해 지분을 63%까지 끌어올렸다.  

차이냐오는 현재 기업가치 1300억 위안으로 전 세계 물류업체 중 몸값이 가장 비싼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로 자리매김했다.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 주요 택배업체에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올 3월 중국 5대 택배업체 중 하나인 선퉁택배(STO)에 46억6000만 위안을 들여 지분 14%를 확보했다. 지난해 5월 말엔 중퉁택배에 투자해 10% 지분을 확보했다. 2015년엔 위안퉁택배(YTO)에도 투자해 이사회 의석까지 꿰찼다. 이밖에도 알리바바는 전국 각지에 물류 창고를 직접 세우는가 하면, 4만개가 넘는 택배 '역참(驛站)'도 설치했다. 택배 역참은 소포 배달·보관·회수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알리바바 전체 사업에서 택배 물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해졌다. 그동안 알리바바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한 고객들 사이에선 배송이 너무 느리다는 불만이 컸다. 알리바바의 맞수인 중국 2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이 처음부터 자가 물류망을 구축해 수년 전부터 일부 도시를 중심으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온 것과 비교된다. 

알리바바가 2017년부터 차이냐오에 대거 투자하는 등 물류망 구축에 힘쓰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장판(蔣凡) 타오바오·티몰 최고경영자(CEO)는 "엄청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에모리대 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에서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추이뤄멍은 FT에 "쇼핑객을 위해 택배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해야 하고, 이를 위해 택배사업 통제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바바가 깨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회사가 보유한 물류 데이터를 모두 손에 쥐어야만 택배 서비스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가 해외 사업에 나설 때도 신속한 택배물류망을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차이냐오는 올해 광군제에 신속한 해외 택배 배송을 위해 모스크바(러시아), 리에주(벨기에), 리가(라트비아), 쿠알라룸푸르(말레이) 등 유럽·동남아 주요 도시에 모두 100여편 전세기를 띄우고 유럽행 화물열차도 동원했다.

다만 물류업계가 직면한 도전도 만만치 않다. 알리바바도 예외가 아니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중국 택배회사 취안펑택배는 막대한 채무 부담에 결국 올해 배송차량을 비롯한 모든 자산을 매각하고 파산했다. 차이냐오도 2013년 설립 이후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앞서 알리바바가 발표한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해 차이냐오 매출은 68억 위안에 달했지만, 비용은 이보다 훨씬 큰 118억 위안이었다. 매출에 맞먹는 손실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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