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 돌파구 마련하나…北 '한미연합훈련' 비난에 美 "조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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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11-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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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국무위 대변인 첫 담화 발표, 한미 연합훈련 비난하며 '새로운 길' 경고

  • 美 국방부 SCM 참석 방한 길에 "외교 요구에 따라 훈련 태세 조정할 것"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신규 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속 기관인 국무위원회의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발표된 직후다.

비록 직접적인 대화 방식은 아니었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리고 북한의 요구에 미국이 응답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메시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굳게 닫혔던 양측의 대외적 교류가 간접적으로나마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의 ‘신규 조정’ 카드가 북한의 대미 압박 메시지에 대해 ‘화답’으로 평가, 중단됐던 북·미 대화 재개와 북한이 강조하는 연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한은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했던 '연말 시한'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 등을 위한 방한길에 오르며 “외교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훈련 태세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추가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에스퍼 장관의 이런 발언은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한 북한의 비난이 커진 상황에서 전해졌다. 북한은 전날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새로운 길’ 가능성을 경고한 내용이 국무위 대변인의 첫 담화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에스퍼 장관의 ‘추가 조정’ 발언이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온 북한을 향한 미국의 ‘화답’이고,  북한이 정한 북·미 대화 시한인 연말 내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13일 국무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이 계획하고 있는 합동군사연습은 조선반도와 지역이 정세를 피할 수 없이 격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합 공중훈련 등을 강행하며 사태 발전을 악화일로로 몰아넣은 미국의 분별없는 형태에 대해서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며 미국이 경솔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최고통치기구인 국무위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미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달 5일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전직 관료들의 담화를 통해 미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번 국무위 대변인 담화는 이전 담화와는 격이 다르다.

이는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훈련 규모 및 실시 여부가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실제적 조치’ 중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며 “한·미 연합공중훈련 유예를 선언하고 이를 통해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한 후 비핵화-상응조치 관련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략연도 최근 북한정세 토론회에서 “11월 한·미 SCM의 연합훈련 실시 결정 여부가 관건”이라며 “북·미 협상 분위기를 고려해 결정 유보 등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 조정 카드를 내민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앞세워 북한을 연말까지 달래고, 스톡홀름 협상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야기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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