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대북 저자세 ..文외교 헛발질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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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19-1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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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교수 ]


[주재우의 프리즘] ‘안방’까지 내주는 한국외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을 기점으로 집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외교 문제에 국가의 역량이 집중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의 노력에 비해 성과는 보잘 것 없다. 이젠 
우리의 외교적 고립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지난 주 미국 국무부는 한반도 관련 안보, 경제, 외교 담당의 최고위급 인사 네 명을 한국에 동시다발로 보내면서 정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 사람(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분담협상대표)은 방위비 분담 건을 들고 나타났다. 다른 한 사람(제임스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연장을 촉구하는 안건을 들고 왔다.

또 다른 한 사람(마크 내퍼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국이 일련의 국제기제에서 탈퇴하면서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환경·보건·여성 문제에서 우리의 기여를 기대하는 건을 제시하기 위해 방한했다. 또 한 사람(키스 클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5세대 통신 '5G' 문제를 들고 와서 우리의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기대하며 왔다.

미국의 처사는 갈수록 가관이다. 지난 달 24일에 한미 방위비분담 관련 2차 협상을 마치고 3차 협상의 일정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협상대표가 이례적으로 급습했다. 미국이 원하는 방위비 분담의 급격한 인상을 관철시키기 위한 압박의 포석이었다. 지소미아 문제가 외교부 관할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차관보는 외교부 장관과는 인사만 하고 곧장 청와대로 발길을 돌렸다. 외교부와 논의할 여지가 없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이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 이런 행보는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거부 이유를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에 직접 브리핑한 사실과 상관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 국무부의 동아태차관보의 직급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위상을 고려하면 미국이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반칙은 우리가 먼저 한 셈이다. 

일본과도 외교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중국과의 외교에서도 또 하나의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시위문제를 둘러싸고 우리나라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우리 대학생과 중국 유학생들 간의 갈등과 마찰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 우리 대학생들이 중국 유학생의 대자보와 현수막의 훼손 행위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이제 공권력의 개입을 필요로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리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한.중 양국 학생들 간의 문제에 정부가 무슨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그러나 우리 정부가 홍콩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지 않고 입장을 밝혔으면 이런 문제는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우리의 공권력이 본격적으로 개입해 학생들 간의 문제가 외교적인 문제로 커지면 중국 정부의 항의와 압박을 초래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중국을 의식한 우리 정부의 침묵은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의 수호를 외교의 최종 목표로 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외교 가치를 무시한 처사이다. 

지난 2년 반 정부가 국내 현안 보다 외교에 집착했으나 왜 상응하는 성과가 없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인사(人事)에 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지만 우리 외교전선에는 외교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눈에도 안 보이면 외국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관계 부처에 외교 전략가가 포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인사는 청와대로 직행하곤 한다. 이들이 청와대로 직행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직접적인 압박이 통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외교에 원칙이 없고 임기응변적인 선택과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외교 사안을 대북관계와 연계하려는 지도자의 개인적 정치 성향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하고 북한 외교의 동인과 행방을 알려하지 않고 감성 외교에 매몰된다. 따라서 원칙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그렇다고 과거 정부가 현 정부만큼 대북관계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정부도 통일이라는 국가적 사명에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이 우리 외교의 기초라는 인식에서 대북관계를 중시하고 원칙도 바로 세워졌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시기나 김영삼 정부의 1차 북핵위기 사태 때도 국가이익을 우선시하는 원칙이 있었다. 특히 핵위기 사태 해결과정에서 김영삼 정부는 우리의 지분 담보로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의 전략에 맞섰다. 즉, 북미협상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모든 협상 결과의 전제로 강력히 주장, 미국을 매우 곤혹스럽게 했다. 당시 북미협상에 참여한 미국 인사들의 회고록을 보면 북미협상이 한미협상보다 수월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김일성의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약속과 북한의 경수로 건설 사업에 우리의 자본과 기술의 투입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국가와 정부의 역사적 사명은 통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북정책은 우리의 모든 외교정책의 상위개념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통일도, 남북관계 개선도 모두 우리 국민의 안위와 안전이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리고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의 안전과 안위가 대북정책의 주체가 되어야한다. 북한 정권과의 합의 결과의 혜택이 북한 주민에게 반드시 전해져야한다. 

북한 주민의 생활과 인권 개선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서만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정부는 자신의 외교적 치적을 위해 양자접근을 선호했다. 그래서 현재 북한 관련의 국제기구에서 우리의 지분은 거의 없다. 국제인도주의기구에서 우리의 참여도나 기여도는 최저다. 세계식량기구(WFP)의 대북 식량지원 사업에서도 우리의 공헌도는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반도 운명의 주도권을 위해서라도 양자와 다자 차원에서 이를 확보해야 한다. 어느 하나도 무시해서 안 된다. 균형적인 접근 전략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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