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 구충제로 암 치료 효과를 봤다는 해외 사례가 알려지며 우리나라에서도 말기 암환자들 사이에서 복용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과 의사협회 등이 복용 중단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품귀현상을 빚는 등 개 구충제에 대한 관심은 되레 커지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의사협회 등이 공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구충제의 항암효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개 구충제의 항암 치료 사례는 어떻게 알려지게 됐나요?
A. 미국에서 개 구충제로 암을 완치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폐암 진단을 받은 미국인 조 티펜스는 자신의 사례를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그는 지난 2017년 초만 암 발병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개 구충제를 복용하고 전신에 퍼진 암이 깨끗이 사라졌다고 알렸습니다. 그는 현지 암 센터에서 항암신약 관련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도중 우연히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를 접하고 임의로 복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약물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어, 구충제로 암이 완치됐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어렵습니다.
A. 앞서 말한 것처럼 펜벤다졸은 개에게 사용하는 구충제 성분명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진통제도 아세트 아미노펜 등 따로 성분명이 존재합니다. 주로 그 의약품의 주요성분을 말합니다. 펜벤다졸은 일단 동물의 몸속에 들어가면 기생충을 구성하는 세포에 침투해 영양분 흡수를 막아 고사시켜 죽이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이 같은 방식이 암세포를 죽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실험실 수준의 암세포나 동물실험에서 항암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Q. 식약처는 왜 페벤다졸 복용을 말릴까요?
A. 페벤다졸의 함암 효과에 대해 엇갈리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직 페벤다졸을 복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암학회와 공동으로 이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항암제는 신물질 발견 후 암세포 실험,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에서 안전한 용량을 확인(1상 시험)하고, 암의 종류별로 효과를 확인(2상 시험)한 후 기존 항암제와 비교(3상 시험)해 판매에 나섭니다. 하지만 페벤다졸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식약처는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으므로 한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약효가 입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Q.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A. 전문가들은 페벤다졸의 장기간 복용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항암효과를 위해 많은 양과 장기간 복용할 경우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존에 복용하건 항암제와 함께 구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페벤다졸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임상 등 근거가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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