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여수 내세워 싱가포르 추격할 묘수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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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19-11-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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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천연가스 공급·수요 교차지 동북아, 가스허브로 적격

  • IEA “싱가포르 가장 적합...한국, 제도적 여건 미흡”

  • 정부의 가격 개입에 부정 시각 강해 정부 결단 필요할 듯

천연가스가 세계 에너지 패권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이 주목받는다. 동북아 지역은 현재와 미래에 전 세계 천연가스 공급과 수요가 서로 교차하는 지리적 요건을 갖춘 핵심 지역이다.

세계 천연가스 주요 수출국인 미국, 러시아, 호주와 주요 수입국인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인도는 천연가스 교역을 위해 동북아 지역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동남아 지역도 가세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2035년 수입량 연 7000만t, 세계 LNG 시장의 2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동북아 지역에 '가스 트레이딩 허브 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북아 가스허브가 들어선다면 가스 황금기에 전 세계 에너지 교역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IEA “한국, 동북아 가스허브로 위치·인프라 좋지만 제도 미흡”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013년 보고서에서 동북아 가스트레이딩 허브(가스 도매시장) 개설과 관련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IEA는 교역을 통한 가격 결정 시스템인 가스허브가 없는 동북아 지역이 세계 LNG 시장의 최대 수요처임에도 다른 지역보다 LNG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가스허브를 만들어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수출과 공급을 효율화·안정화해 아시아 지역과 태평양 지역 전체에서 천연가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쟁력 있는 가스허브 구축을 위해선 △정부의 직접 개입과 영향 축소 △설비와 판매 부문 분리 △도매가격 규제 완화 △충분한 공급설비 용량과 접근 편의성 △시장 참여자 확대를 통한 경쟁 환경 조성 △금융기관 참여 등의 구조적인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IEA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싱가포르 4개국을 가스허브 개설에 유력한 후보지로 꼽았다. IEA는 정부의 에너지 시장 직접 개입이 가장 적은 싱가포르가 제도와 구조적으로 가장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갖췄다고 봤다.

우리나라는 경쟁력이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리적 장점이 있고 인프라 면에선 앞섰지만, 공급 안정을 위해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는 등 제도 여건이 미흡하다고 봤다. IEA는 “한국은 일본과 함께 가스 산업이 성숙 단계에 돌입했지만, 수입 천연가스의 재판매와 LNG 터미널 접속 협상이 어려운 점은 시장 진입의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IEA의 국가별 동북아 가스허브 가능성 평가.[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경제연구원]

◇ 정부, 동북아 가스허브 첫발...울산 북항·여수 묘도 잰걸음

지난 2012년 우리 정부도 ‘셰일가스 선제 대응을 위한 종합전략’을 통해 동북아 가스허브 도약의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후 10년 가까이 실제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최근에야 정부와 민간에서 동북아 가스허브 구축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울산 북항과 여수 묘도다.

‘울산 북항 동북아 오일·가스허브’는 정부가 추진하는 가스허브 사업이다. 지난 2013년 착공했으나 2017년 중국 국영석유회사 시노마트(지분 25%)가 투자를 철회해 사업이 표류했다. 지난 1월 SK가스가 이 사업에 투자하기로 해 석유와 천연가스를 아우르는 사업으로 재추진했다. 2025년까지 1조4202억원을 투입해 울산 북항에 LNG 397만 배럴, 석유 453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지난 13일 울산 한국석유본부에서 진행한 합작 투자협약식에서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합작 투자협약은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인 울산에 동북아 오일·가스허브의 거점을 마련하는 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 북항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조감도.[자료=산업통상자원부]

민간이 추진하는 대표 가스허브는 ㈜한양이 전남 여수시 묘도에 짓는 ‘전남 LNG 동북아 허브 터미널’이다. 한양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묘도 100만㎡ 부지에 2025년까지 20만kL급 LNG 저장탱크 3~4기와 항만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2단계로는 LNG 저장탱크 20여기를 배치한 대형 터미널을 조성할 계획이다. 2021년 1월 폐쇄 예정인 기존 석탄발전소에 1조2000억원을 들여 1000㎿급 LNG 발전소로 다시 건설한다. 연내에 공사 인허가 과정을 마무리하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1단계 착공에 들어간다.

작년 11월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우드맥킨지는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묘도는 입지 여건과 부지 확장성, 항만 연계 서비스 등에서 LNG 허브로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여수 묘도 ‘전남 LNG 동북아 허브 터미널’ 조감도.[자료=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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